▲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통신3사의 지난해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유·무선 대부분 영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데다 마케팅 비용을 아꼈으나, SK텔레콤은 자회사 실적 악화에 발목을 붙잡힌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연임에 사실상 성공한 황창규 회장의 KT와 임기 2년 차에 접어든 권영수 부회장의 LG유플러스는 호실적을 꺼냈고, 새로운 수장을 맞은 SK텔레콤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공통분모도 있다. 3사 모두 올해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추진을 통한 성장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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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유플러스·KT 웃고 SK텔레콤 울고
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연결기준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2.13% 성장한 51조2865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4% 증가한 3조7222억원으로 집계됐다.
3사 모두 유·무선에서 고른 성장을 이뤘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시장 안정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업체별로 보면 통신업계 데뷔 2년 차에 불과한 권영수 부회장이 이끄는 LG유플러스가 가장 뛰어난 성적표를 제출했다.
LG유플러스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8.1% 성장한 74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6.1% 개선된 11조451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 7300억원, 매출액 컨센서스 11조1854억원을 웃도는 성적이다.
특히 무선 수익은 전년보다 2.1% 성장한 5조4320억원을 기록했다. LTE 등 질적 수준이 높은 가입자 비중이 전체의 88%에 달하는 1097만명을 기록하면서다.
유선 수익 역시 TPS(IPTV·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와 데이터 사업의 수익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7.9% 상승한 3조5655억원을 달성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위기를 맞았던 황창규 회장의 KT도 그의 연임과 함께 호실적을 선보였다.
KT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4% 증가한 1조44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2.1% 증가한 22조7437억원이다. 증권가 컨센서스 22조5033억원, 1조4592억원에 대체로 부합했다.
구체적으로 무선 서비스 매출은 LTE 보급률이 75.5%까지 확대되고 무선 가입자가 전년보다 85만명 증가한 1890만명을 확보한 데 힘입어 전년보다 2.1% 증가한 6조6584억원을 찍었다.
유선 사업 매출은 유선전화 이용 감소로 인해 전년보다 1.8% 줄어든 5조649억원을 기록했으나, 황 회장표 브랜드인 '기가(GiGA) 인터넷' 가입자는 250만명을 넘어섰다.
미디어·콘텐츠사업 매출은 전년보다 15.8% 증가한 1조9252억원을 기록했다. IPTV 분야 매출은 전체 가입자 700만 돌파에 힘입어 전년보다 23.9% 성장했다. BC카드 매출도 전년보다 0.5% 성장한 3조4278억원을 기록하면서 KT 성장에 기여했다. 부동산과 기타 자회사의 사업도 전년보다 13.6% 증가한 2조1709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처음 지휘권을 잡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전임 CEO 때 평가이긴 하지만, 지난해 SK플래닛 등 자회사의 실적 악화 탓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SK텔레콤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1% 감소한 1조5357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도 0.3% 줄어든 17조918억원을 나타냈다. 증권가 컨센서스 17조838억원, 1조5980억원을 소폭 밑돈다.
SK텔레콤은 매출액 감소 원인으로 단말기 유통 자회사인 PS&M, SK플래닛 등 일부 자회사의 매출 감소, 선택약정(20% 요금 할인) 가입자 증가를 꼽았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SK플래닛의 작년 매출액은 1조1770억원으로 전년보다 27.6%나 줄었다.
자회사 영향을 제외한 SK텔레콤 별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44% 증가한 1조7822억원이고, 매출액은 1.64% 감소한 12조3505억원이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사업(MNO)이 LTE 가입자와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며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의 전체 가입자는 작년보다 97만명(3.4%) 늘어난 2960만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LTE 가입자는 전년보다 11.1% 증가한 2108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70% 선을 돌파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prtsy201@ |
◇ 마케팅 비용 대폭 감소했는데…ARPU도 '뚝'
통신3사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둔 배경 중 하나로 마케팅 비용 감소가 지목된다.
이들의 작년 마케팅 비용은 7조6187억원인데, 이는 전년 7조8669억원보다 2482억원 줄어든 것이다. 단통법 시행 즈음이었던 2014년 8조8220억원과 비교하면 1조2033억원이나 감소한 수치다.
업체별로 보면 SK텔레콤 별도의 연간 마케팅 비용은 전년보다 1020억원 감소한 2조9530억원이었다.
KT도 작년 마케팅 비용이 2조7142억원으로 전년보다 990억원 감소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472억원 감소한 1조9515억원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에 따라 공시 지원금이 아닌 이에 상응한 20% 요금할인제(선택약정)를 선택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무선 가입자당 월 평균매출(ARPU)는 일제히 하락했다. 키즈폰, 스마트워치와 같은 세컨드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가입자 증가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작년 4분기 기준 SK텔레콤의 APRU는 3만5355원을 기록하는 등 전년보다 2.4% 감소했다. KT도 0.6% 줄어든 3만5452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1.85% 감소한 3만5657원을 나타냈으나 통신3사 중 1위를 차지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prtsy201@ |
◇ 통신발(發) 신사업 달린다
통신3사는 올해 인공지능(AI) 디바이스, IoT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월간 사용자 수 1000만명이 넘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 가입자 수 1100만명을 돌파한 통화 플랫폼 'T전화', 4만대 이상 팔린 AI 디바이스 '누구'(NUGU)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올해 연결 기준 매출액을 작년보다 4.14% 성장한 17조8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별도 기준 투자지출(CAPEX) 규모는 2조원으로 계획했다.
KT도 AI TV '기가 지니', 에너지·보안 사업, 인증, 결제, IoT 등 플랫폼 사업을 적그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사업 개발 등을 통해 신사업에서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영업을 개시하는 '케이뱅크'(K bank)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꼽았다.
LG유플러스 또한 IoT, IPTV, AI, 빅데이터 등 성장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홈 IoT는 연내 100만 가구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할 목표다. 케이블TV 업체 인수도 제도적 여건이 마련될 경우 추진할 계획도 있다.
통신 3사 관계자들은 "올해는 기존 사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