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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힘든 탈통신 '실패속 성공을 캐내다'

  • 2017.06.07(수) 15:23

KT·SK텔레콤 등 신사업 종료 잇따라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 앱 좋은데 왜 서비스를 종료해요? ㅠㅠ"

최근 KT가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 서비스를 이달 말 종료한다고 밝히자 한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남긴 글입니다. KT는 지난해 8월 이 서비스를 야심 차게 선보였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인 중국을 직접 겨냥해 한류 콘텐츠에 기반한 'K-뷰티'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 글로벌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었죠.

 

사실상 2개 사업자와 경쟁하면 되는 통신 사업자 KT가 수많은 경쟁자를 이겨야 하는 SNS 사업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긴 했습니다. KT는 외부 전문가를 수혈해 이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과거 SK컴즈에서 카메라 앱 '싸이메라'를 기획해 글로벌 사용자 2억명을 확보한 바 있는 강민호 KT 플랫폼 서비스사업단 담당 상무가 KT에 합류해 두비두를 기획한 것이지요.

관련 시장의 성장성도 기대할만 했습니다. KT는 두비두를 출시한 배경으로 영상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를 꼽았는데요.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 방법과 같은 '하우 투(How to) 비디오'에 대한 검색 횟수가 매년 70% 가까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사용자의 선호도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는 겁니다.

 

 

▲ 두비두 서비스 홍보 이미지 [사진=KT]

 
다만 두비두 출시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고 경쟁자의 아성이 워낙 견고했던 것이 서비스 중단의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정착지로 꼽은 중국은 출시 이후 사드 배치 논란에 이은 한한령 여파로 시장 공략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지요. 사실 중국 시장은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진입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도 중국에서 볼 수 없는데, KT는 그런 시장을 공략하려 했던 겁니다. 그렇다고 중국 외 시장은 만만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죠. 유튜브의 아성은 견고했습니다.

SK텔레콤도 신규 서비스를 잇따라 종료했습니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내놓은 재능 공유 플랫폼 '히든'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하고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출시한 문자 앱 '여름'도 이달 말 종료합니다. 특히 히든은 자신의 노하우를 글·사진·동영상 형태로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노하우도 손쉽게 배울 수 있는 재능공유 플랫폼으로 기획됐는데요.
 
박재현 SK텔레콤 T밸리 단장은 히든 출시 당시 "히든은 재능을 보유한 일반인이 제2의 직업, 제2의 인생을 여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SK텔레콤이 출시한 '히든'.[사진=SK텔레콤]

그러나 히든이 사라지면서 이 서비스를 개발한 SK텔레콤 내 신규 플랫폼 개발조직 'T밸리'도 사라지고 인력들은 제2의 길을 가게 됐습니다. T밸리는 작년 말 이 회사가 조직 개편을 하면서 사물인터넷(IoT) 부문 인공지능(AI) 사업단 등으로 흡수됐는데, 이 조직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서비스가 히든이었다고 합니다.
 
T밸리 인력 중 박재현 단장 등 일부는 '히든 사업부'에 남아 서비스 종료와 사후 서비스를 담당할 예정이고, 나머지는 다른 부서로 이동했습니다.

통신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정 서비스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성공 가능성이 큰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KT의 두비두를 총괄했던 강민호 상무는 최근 기가지니사업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T가 최근 내놓은 인공지능 기반 IPTV 셋톱박스 '기가지니'에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KT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기가지니 전담 조직인 기가지니사업단을 신설하고 인공지능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인공지능 분야는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힙니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정호 대표 직속으로 AI 사업단을 발족하고 이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5G 등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통신사들의 신규 사업 종료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용자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일 수 있습니다. 특히 SNS와 같은 개인 콘텐츠를 쌓는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종료에 따른 아쉬움이 더욱 크겠지요. 다만 사업자 관점에서 보면 안 되는 서비스를 밀고 나갈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잘되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사업자는 물론 더 많은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길입니다.

모바일 서비스의 강자 카카오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탄생시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카카오톡을 출시할 당시 '카카오 아지트', '카카오 수다'를 내놨지만 모두 종료 수순을 밟았고 이후에도 수많은 서비스가 흥망성쇠를 거듭했습니다. 네이버의 신성장동력이 된 '라인'도 지금은 사라진 '네이버톡'의 실패가 발판이었죠. 통신사들이 이번 실패 혹은 실험을 밑거름 삼아 재도전에선 성공하길 기대해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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