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전자업체 소니가 부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소니 한국법인도 호실적을 냈다. 소니의 올해 영업이익이 20년만에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상승세를 타는 것도 눈길을 끈다.
13일 소니코리아는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영업이익이 275억원으로 전년(154억원)보다 79% 늘었다고 밝혔다. 8년 전 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기간 매출은 1조1187억원으로 전년(9601억원)에 비해 1600억원 가량 늘어나는 등 외형도 성장했다.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2.46%로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8년만에 2%대를 회복한 점이 눈길을 끈다.
소니코리아는 소니의 TV와 카메라, 워크맨(MP3재생기) 등 전자제품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AS)를 위해 지난 1990년 2월에 설립한 소니의 한국 법인이다.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란 사명으로 출발해 2000년에 지금의 소니코리아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국내에선 현재 부품(이미지센서)과 디바이스(방송장비), 소비자 제품(카메라·오디오 등)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TV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B2C 사업으로는 카메라와 워크맨(MP3재생기) 등에 집중하고 있다. B2B로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하는 이미지 센서 부품을 비롯해 4K 영상 촬영 장비 등 방송용 장비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재무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이미지 센서 사업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폰 카메라에 탑재되는 이미지 센서는 사람의 표정이나 피사체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품이다. 소니는 글로벌 이미지 센서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본사는 물론 국내 법인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헤드폰을 비롯해 카메라 등 주요 제품을 프리미엄화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데다 지난해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카메라 관련 부품 공장이 폐쇄되면서 카메라 제품에 대한 마케팅비가 굳은 것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본사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사업 전략을 바꾼 것이 컸다"라며 "B2B 사업이 선전한데다 원화가 달러에 비해 강세를 띄면서 일부 환차익을 얻은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때 샤프, 파나소닉 등과 함께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주무르며 '전자왕국' 일본을 이끌던 소니는 TV와 휴대폰에서 한국 기업에 밀리며 고전하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존재감을 거의 잃다시피 했다. 이에 2012년에 '젊은 피' 히라이 가즈오(당시 53세) 부사장을 CEO에 앉히고 사업 재건에 나섰다.
히라이 사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노트북 사업부 매각 등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됐다. 이 과정에서 주력 사업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체질이 개선되는 등 성과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2014회계연도에는 11년만에 TV 사업에서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히라이 사장이 중점적으로 키워온 TV 사업은 최근 성장 궤도에 완전히 진입한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소니 점유율은 39%로 LG전자(35.8%)와 삼성전자(13.2%)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소니는 이미지센서를 비롯한 비디오게임기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왕년의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는 지난달 23일 경영 설명회를 열고 올해 영업이익이 5000억엔(약 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2887억엔)의 두배에 달한다. 역대 최대치였던 1997 회계연도(5257억엔) 이후 20년만에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