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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곪는 게임]③중국 공습 '우려가 현실로'

  • 2017.06.23(금) 15:00

韓 모방하던 中, 게임산업 선두주자 나서
시장 내줄 판…규제완화·인력확보 절실해

한때 온라인게임 강국을 내세웠던 국내 게임 산업이 외산에 밀려 위상이 고꾸라진지 오래다. 모바일에선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고만고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게임의 공습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전체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형국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일촉즉발의 위기인 게임 산업을 진단했다. [편집자]

"요즘 중국 게임을 보며 섬뜩함을 느낍니다. 그들 게임 수준이 세계 시장 어디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3일 중국 모바일 게임 대작으로 평가받는 음양사의 국내 출시를 맡은 카카오 남궁훈 부사장의 말이다. 남궁 부사장은 옛 한게임을 창업하고 CJ E&M 게임부문 대표를 거치는 등 한국 게임업계를 주름 잡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중국산 게임을 높이 평가한 것은 그만큼 한국 게임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카카오는 중국 게임을 들여온 이유에 대해 중국을 포함 세계적으로 검증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카카오가 수입한 중국산 게임은 5개나 된다. 쿵푸팬더3, 아이러브니키, 여명 포 카카오, 의천도룡기, 음양사다. 

 

중국 게임 개발사인 퍼펙트월드가 개발한 의천도룡기는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에 1위, 매출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 화려했던 韓게임 '아! 옛날이여'

한국은 한 때 게임강국으로 불렸다.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은 1994년 설립된 넥슨이 처음으로 서비스한 바람의 나라다. 이 게임은 전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다중접속 온라인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PC방 열풍이 불면서 한국은 학생들과 직장인 등 남녀노소 모두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각종 게임 경기를 통해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나오고 게임전용 채널이 생기기도 했다. 게임강국 시대의 출발이었다.

1998년에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출시했다. 리니지는 출시되자마자 MMORPG 시장을 이끌었다. 이후 각종 리니지 시리즈가 나오면서 한국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게임들은 게임 산업으로 성공하기 딱 좋은 모델이었다. 중국은 지금도 한국의 게임을 거의 그대로 모방해 중국산 상표를 붙여 팔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게임업체들은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위메이드의 윈드런너 등을 모방해 버젓이 시장에 유통했다. 심지어 올해 넥슨의 온라인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를 베낀 로스트테일(중국명 미성물어)이 한국에 출시됐다가 표절 논란이 일자 두 달 만에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 中게임, 이제는 선두주자

하지만 중국은 이제 단순히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은 빠르게 확대되면서 과거 한국의 명성을 뒤집은 지 오래다. 더 이상 모방만 하는 후발주자가 아닌 게임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임 전문 시장 조사기관 뉴주(Newzoo)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게임 회사 텐센트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전 세계 매출 1위 성적을 지키고 있다. 텐센트는 자사 게임 플랫폼 위게임(WeGame)을 통해 올해 안으로 서구권에 서비스할 게임 100여개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 따르면 중국 게임업체 자이언트 인터렉티브는 자사 모바일게임 배틀 오브 볼스(Battle of Balls)를 통해 3억명의 전 세계 이용자를 확보했다.

기술력에서도 중국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무협을 소재로한 MMORPG게임 천애명월도는 중국 텐센트 산하 오로라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한다. 이 게임은 사용자와 전문가들로부터 그래픽에서 국내 게임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을 얻었다.

VR게임 배급을 맡고 있는 정휘영 만타벤처스 대표이사는 "게임 1세대부터 발을 들여놨는데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중국과 미국 등에 한국이 2년 정도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규제완화·인력확보 절실해

게임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의 위상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게임 산업 규제와 적절한 인력확보가 안되는 상황을 문제로 꼽는다.

이승훈 영산대 교수는 "국내 게임시장이 좋았던 2003년만 해도 인력 확보나 개발환경이 최상이었다"며 "게임진흥이 더뎌지고 산업에 대한 규제가 진행되면서 게임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교 학과가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 게임 산업은 사실상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중독 물질로 여겨져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shutdown)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심야시간에는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게임 서비스 이용을 막았다.

하지만 셧 다운제 적용으로 인해 게임 내수 시장은 오히려 위축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게임 내수 시장이 1조1600억원 가량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014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셧다운제 도입 이후 청소년의 하루 게임이용 시간이 16~20분 줄어드는데 그쳤고 오히려 부모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하는 등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력확보 문제도 시급하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서 학과 검색을 하면 게임관련 학과는 전국적으로 43개가 검색된다. 심지어 서울 소재 대학 게임관련 학과는 상명대학교 한 곳 밖에 없다.

이승훈 영산대 교수는 "게임산업 관련 법을 전면 개정해 규제를 혁신하고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게임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지역 맞춤형 실무인력, 게임관련 대학원 증설해 석·박사 인력 확충 등을 제시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과거 한국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중국정부는 한국게임의 영향력을 보고 엄청난 경계심을 보였다"며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 넥슨의 바람의 나라와 같은 성공이 우리에게 다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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