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인기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선 '키트'라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가 주인공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가 사람 말을 알아듣고 임무를 척척 수행하는가 하면 주인공이 원격에서 손목 시계에 대고 내린 명령을 그대로 따르기도 한다.
키트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부터 똑똑한 자동차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대표 인터넷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완성차 제조사 등과 손잡고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를 나란히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와 같이 자동차의 '두뇌' 격인 이른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21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는 올 들어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융합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기술 전담 연구개발 조직인 네이버랩스를 설립한데 이어 최근 네이버랩스를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Vehicle Information, IVI) 플랫폼을 공개했다.
'어웨이(AWAY)'라 이름 붙인 이 플랫폼은 네이버 ID를 통한 로그인으로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음성으로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고 음악이나 라디오를 틀 수도 있다. 향후에는 자신의 네이버 캘린더에 등록한 일정을 어웨이가 스스로 인지해 목적지와 근처 식당을 안내해 주거나 주차장을 예약해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어웨이를 탑재한 24:9 화면 비율의 차량용 단말기를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를 통해 연내 1000대, 이후 전국에 3000대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단말기를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카카오 역시 인공지능 기반 차량용 플랫폼을 선보이고 커넥티트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섰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협력해 내달 9월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70'에 '카카오 아이(I)'란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카카오 아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집결한 통합 플랫폼이다. 현대·기아차 같은 외부 업체들이 가져다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카카오가 PC와 모바일로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내비게이션과 지도, 검색포털 다음에 쌓아 놓은 각종 정보 및 콘텐츠들을 차량 내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카카오는 독일의 폭스바겐과도 카카오의 내비게이션과 주차, 음성인식 등의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7일 폭스바겐 본사 고위급 임원들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카카오 사옥에 방문해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 등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커넥티드카는 세계 자동차 업계 뿐만 아니라 구글과 애플 등 ICT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정보와 즐길거리를 접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구글과 애플 뿐만 아니라 중국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관련 플랫폼 및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으며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커넥티드카 시장은 성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인 BI Intelligence는 오는 2020년 세계 자동차 생산량(9200만대) 가운데 75%(6900만대)가 커넥티드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트랜시페어런시 마켓 리서치(TMR)는 세계 커넥티드카 시장이 오는 2019년까지 1320억달러(1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작년말부터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커넥티트카와 함께 미래차 기술의 양대 축이라 할 자율주행차 연구 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올 2월 국내 ICT 기업 가운데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가 받았다.
카카오는 택시호출 및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등 모빌리티(차세대 운송수단) 서비스를 전담하는 계열사를 이달초 출범시켰으며 주로 외부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관련 생태계를 키우는 노력을 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음성인식을 활용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올 하반기에 나란히 선보일 예정인데 거실에 이어 차량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모바일 플랫폼 혁신을 일으켰듯이 무수한 정보를 실어 나르는 커넥티드카는 달리는 스마트폰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커넥티드카는 정보 축적을 통해 서비스 확장이 무궁무진해 미래 먹거리로 꼽히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업종을 불문하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