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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퍼리치]③엔씨 김택진 '이정도는 있어야 테크 부호'

  • 2017.09.22(금) 15:39

8400억 현금화하고도 지분가치 1.2조
'부의 원천' 19주년된 리니지…'발명품'

흥행 산업인 게임에선 부자가 많다. 잘 만든 게임 하나로 돈벼락을 맞은 창업자나 개발자가 자주 등장한다. 회사를 키워 지분 가치를 점프시키거나, 과감한 투자 회수 및 재창업, 화려한 복귀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슈퍼리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돈이 얼마나 많은 지도 명확하지 않다. 게임만큼 흥미로운 이 분야 부자들의 베일을 벗겨본다. [편집자]
 
게임업계 사람이라면 '티제이(TJ)'를 익히 알고 있다. 김정주(JJ) 넥슨 창업자와 함께 온라인게임 산업을 주도한 김택진(50)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의 이름 이니셜이 티제이(TJ)다. 이 분야의 거물급이라 업계에서 이름 대신 쓴다. 
 
여기에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로 급부상한 방준혁(JH)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을 더해 요즘엔 '쓰리제이(3J)'란 말을 사용한다.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끄는 핵심 3인이라는 의미에서다. 세명 모두 조(兆) 단위의 주식 부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주식뿐만 아니라 몇 차례 엑싯(EXIT·투자회수)을 통해 막대한 캐시(Cash)를 손에 쥔 현금 부자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상장 이후 지난 17년간 크고 작은 주식 매각으로 주식 수가 감소했으나 최근 주가가 최고가 행진을 벌이면서 지분 가치 역시 치솟고 있다.


주식을 팔아 막대한 현금을 쌓은 것은 물론 잔여 지분이 유례없는 주가 강세에 힘입어 감소분을 벌충해 버렸다. 여기에 비할 바는 못하지만 그동안 회사로부터 받아온 현금 배당이나 보수 또한 상당하다. 김 대표는 슈퍼리치 가운데서도 알짜라 할 수 있다. 
 


◇ 전형적 엘리트 벤처인
 
김 대표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공한 인물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중 중퇴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는 공대 선후배 관계다. 85학번인 김택진 대표가 김 창업주(86학번)보다 1년 선배다.
 
박사 과정 시절 현대전자 보스턴 연구개발센터에 파견 근무를 하다 19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기반 PC통신 '아미넷(지금의 신비로)'을 개발했다. 이 당시 개발자들과 함께 이듬해 3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엔씨소프트를 세웠다.
 
초대 대표는 아미넷 개발 동료였던 홍승돈 서울상호저축은행 전(前) 대표이사가 맡았다. 홍 대표가 회사 지분을 넘기고 떠나면서 1998년 8월 김 대표가 취임하게 됐다.

 

초대 대표를 비롯해 주요 설립 멤버였던 이정안·최석우 이사와 이성희 감사 등이 엔씨소프트 상장(2000년 7월)을 앞두고 대부분 나갔다. 이후 리니지 개발자로 영입한 송재경 이사 역시 오래 있지 못했다. 엔씨소프트 초기 멤버는 현재 김 대표만 남아 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 게임史 다시 쓰는 '리니지'

김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이름이 '리니지'다. 현대차의 '그랜저', 삼성전자 '갤럭시'처럼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대표 브랜드이자 효자 매출원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연결 매출(9836억원) 가운데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은 절반 가량인 4527억원에 달할 정도다.


내년이면 서비스 2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오래됐지만 매출이 줄어들기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시리즈로 현재까지 벌어들인 금액은 총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간판작 리니지1과 후속작 리니지2, 최근 출시한 모바일버전 '리니지M',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 로열티 매출 등을 합치면 이 수치가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브랜드를 활용한 부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월트디즈니가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이용해 일종의 지적재산권 장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엔씨소프트에 리니지는 게임이라기 보다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발명품이 아닌가 싶다.
 

엔씨소프트 주가도 날아다니고 있다. 지난 14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인 47만8500원을 기록했다. 올해초 26만원대였던 주가가 9개월만에 두배 가량 뛴 것이다. 리니지의 식지 않은 흥행 열기에 힘입어, 특히 지난 6월 출시한 모바일 야심작 리니지M이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회사 주식 262만8000주(11.98%)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 김 대표의 지분 가치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전날(21일) 종가 기준으로 무려 1조2273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의 지분 가치는 지난 2009년 5월에도 1조원대 고지를 찍은 바 있다. 당시엔 지금보다 지분이 두배나 많은 26.74%(560만6091주)에 달했다. 보유 주식수가 반토막이 났으나 지분 가치는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 넥슨에 주식 매각 


김 대표는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선 엔씨소프트 상장 이후 크고 작은 주식 매각으로 손에 쥔 현금이 상당하다. 엔씨소프트가 2000년 코스닥 상장(2003년 코스피로 이전) 당시 김 대표 보유 주식수는 152만주(34%). 당시 공모가(7만원) 기준으로 지분 가치는 1060억원 정도였다.
 
이후 몇 차례 장내매도로 주식 수가 감소했으나 엔씨소프트가 2003년 단행한 무상증자(1주당 3주 배정)를 거쳐 주식 수는 단번에 602만주(2003년 7월)로 불어났다. 전(前) 부인과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2005년 5월)로 줄어들긴 했으나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김 대표가 주식 매각으로 엄청난 현금을 쥐게 된 계기는 2012년 6월 넥슨과의 거래다. 당시 김 대표는 보유 주식 가운데 일부인 322만주를 총 8045억원(주당 25만원)에 넥슨에 팔았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단번에 올라섰고 김 대표는 2대 주주(9.9%)로 내려 앉았다.
 
넥슨이 엔씨 지분을 인수한 이유는 두 회사 역량을 끌어모아 글로벌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일부에서는 지분 인수 배경을 넥슨과 엔씨 두 회사 오너간 두터운 친분 관계에서 찾기도 했다.

 

학교 선후배 관계인데다 둘다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인이자 대표 게임사 오너라는 점에서 유대감이 남달랐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에 대한 비전을 같이 공유했다는 것이다.
 

◇ 17년간 10차례 엑싯, 8400억 현금화


하지만 지분으로 맺어진 양사간 사업 협력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경영권 분쟁 등으로 관계가 틀어졌다.

 

결국 넥슨은 지난 2015년 10월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 전량을 내다 팔았다. 이 가운데 일부인 44만주를 김 대표가 805억원(주당 18만3000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김 대표가 지난 17년간 10차례에 걸친 주식 처분으로 벌어들인 현금 규모는 총 8417억원이다. 여기에 엔씨소프트가 지난 2000년 이후 한동안 뜸했다가 2008년부터 매년 꾸준히 하고 있는 현금배당 덕에 총 449억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김 대표가 올해 회사로부터 받을 급여와 상여금은 29억원, 그동안 알려진 급여 수령액까지 모두 합치면 총 99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국내 대표 온라인게임사로 키우는 과정에서 현금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9074억원에 달한다. 1조원을 웃도는 보유 주식 평가액 못지 않게 현금화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다른 주식 부호들의 부러움을 살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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