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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혁신키워드]손정의 '70% 투자법칙'

  • 2017.10.19(목) 17:04

日 최대 IT업체 소프트뱅크…전략 투자로 성장
반도체, 차량공유 등 분야 안 가리고 뛰어들어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거나 차별화 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이란 말의 무게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 사례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일본 도쿄의 신주쿠 거리에 가면 여기저기 '소프트뱅크(Soft Bank)' 이름이 붙은 간판이 보인다. 잘 모르는 사람은 "아, 일본의 국민은행 정도구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은행이 아니다. 기업 이름에 은행을 뜻하는 'bank'가 붙긴 했지만 엄연히 일본 최대의 IT기업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총액은 10조엔(한화 약100조원)에 달하며 이 회사 수장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는 일본 최고의 부자다.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은 회사를 오로지 '투자'로써 일궈냈다. 투자란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행위의 일종이다. 기업가라면 누구나 투자를 통해 자신의 사업영역을 넓혀 나가길 원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손 회장에겐 그만의 방식이 있었다.

소프트뱅크에는 아카데미가 하나 있다. 손 회장이 자신의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을 가족에게 대물림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손 회장은 자신을 대신해 소프트뱅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후계자를 직접 키워내고자 했다.

그는 아카데미 개교식에서 열린 특별 강의에서 손자병법의 시계편과 군쟁편 문자들을 조합해 자신이 만든 25문자로 구성된 제곱 법칙을 소개했다. 제곱 법칙 문자 중 하나인 '칠(七·일곱 칠)' 과 '투(鬪·싸움 투)'는 '70퍼센트의 승산이 보일 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손 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손 회장은 "승률이 90%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늦다. 준비는 다 갖췄을지 몰라도 전장에 나갔을 때는 이미 싸움이 끝난 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핵심은 70%라는 적절한 승률을 파악하고 시기를 살펴 단숨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전략은 그대로 회사 성장과 연결됐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수만 761개(2017년 3월 기준)다. 분야도 다양하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 진출로 성장 동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해외의 반도체, 통신회사 등 IT업체들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한 것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손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ARM을 싸게 사서 신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100조원이 넘는 부채가 있었고 원래 가격보다 비싸게 샀다는 주주들의 불평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싸게 사서 신난다는 그의 말 속에는 ARM을 활용해 소프트뱅크의 미래 전략을 구축하려는 손 회장의 야심이 있기 때문이다.

ARM은 휴대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도를 제작해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에 빌려주고 수익을 올리는 회사다. 반도체 시장의 또 하나의 강자인 인텔과 경쟁사인 셈이다.

ARM의 반도체 설계도는 사물인터넷(IoT), 로봇, AI 등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분야에 활용된다. ARM은 빅데이터와 연산처리가 빠르게 증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20년 뒤 연간 1조개의 반도체 칩 출하를 목표하고 있다. 손 회장은 "ARM을 두고 모든 기술의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보고 70%의 확률에 몸을 던진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처음부터 거대한 회사가 아니었다. 1981년 겨우 직원 2명을 데리고 출발한 손 회장은 나름의 경험과 70%의 법칙을 토대로 회사를 일궈나갔다. 설립 초기에는 일본 대형 가전제품 시장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했다. 당시 일본 최대의 PC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였던 허드슨과의 독점계약을 따내면서 소프트웨어 유통 전문 회사로 거듭났다. 그의 70% 성공 전략의 출발이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정신은 반도체에서 멈추지 않았다. 현재는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우버(Uber)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우버에 100억달러(한화 약 11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미래 기업의 예시로까지 불리는 우버 사업에 대한 성공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미국 유학 중이던 19살에 인생 50년 계획을 세웠다. 20대에는 회사를 세우고, 30대에는 최소 1000억엔의 자금을 모으고, 40대에는 조 단위 규모의 중대한 승부를 걸고, 50대에는 사업을 완성하고, 60대에는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준다는 내용이다.

그는 철저히 계획대로 움직였고 계획대로 결과를 만들어 냈다. 1957년생으로 만 60세인 그는 자신의 후계를 키우기 위한 아카데미사업까지 계획대로 완료했다. 70%의 승률로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영역에 뛰어들어 미래 계획을 그리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결과물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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