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까지 알아 듣는 챗봇(채팅 로봇)이 나오고 있다. 운영하는 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데도 적극적으로 응답해 이목을 끈다.
카카오, 네이버, KT는 욕설을 비롯한 다양한 반응에 대처하도록 챗봇을 설계했다.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용하기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정보를 수집해 서비스 연계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일반적으로 챗봇은 운영 서비스에 대한 문의에 대답한다. 챗봇의 문제 해결 범위를 서비스 관련 질문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와 관계 없는 질문을 하면 응답하지 않거나 다시 정확히 물어볼 것을 요구한다.
반면 일부 챗봇은 문제 해결 범위 자체가 넓다. 서비스 관련 질문뿐만 아니라 욕설, 심심풀이용 말 걸기 등 다양한 반응에 대답하도록 설계됐다.
예를들어 카카오 '주문하기 챗봇'은 욕설에도 응대한다. 대화창에 '바보'라고 입력하면 '제가 많이 부족해요', '더 잘할게요', '살살 다뤄주세요' 등 화를 달래는 메시지를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함께 보낸다.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받는 '스마트봇'도 마찬가지다. 욕설에 대해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비서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그런 말을 하시다니 서운해요", "그만 할래요" 등의 반응을 보인다.
KT 고객센터 어플리케이션의 상담 챗봇도 "전 바보가 아니에요", "고객님의 질문에 100%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대화를 이어간다.
이같이 욕설을 비롯해 운영 서비스와 관련되지 않은 반응까지 처리하도록 한 건 실제로 대화하는 것처럼 편하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가 꼭 운영 서비스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며 "연관성 없는 대화까지 처리해 고객 입장에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다양한 대화정보를 수집해 서비스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자연스럽게 말을 건내면서 대화 양 자체도 많아지고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이용자의 성향을 정교하게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욕설로 이용자의 스트레스를 인지하면 기분 전환에 도움되는 음악이나 음식을 추천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카카오는 여러 서비스를 하는 만큼 향후 적극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T 관계자도 "수많은 대화를 누적해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며 "단순 정보 안내를 넘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