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인터넷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서비스가 네이버의 '지식iN'(2002년 오픈)이다. 지식iN은 정보 콘텐츠를 이용자가 직접 생산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업계의 조류이자 참여·공유·개방의 특성을 내건 '웹 2.0' 개념에 부합했다.
지식iN은 네이버가 서비스 초기 야후코리아, 다음, 엠파스 등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네티즌끼리 질문하고 답한 결과물이 데이터베이스(DB)로 차곡차곡 쌓이고 검색 품질의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네이버는 국내 검색포털의 맹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한자리에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이른바 인링크(in-link) 방식도 국내 검색포털의 특징이다. 검색황제 구글이 강력한 웹문서 검색을 통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의 이동(아웃링크)을 돕는다면 네이버·다음은 네티즌을 자체 울타리 안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발 더 나가 뉴스 서비스에도 지식iN 처럼 네티즌이 스스로 활동하게끔 멍석을 깔아줬다. 댓글 서비스다. 누군가 뉴스를 읽고 반응을 올리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 따라붙고 이러한 과정이 끝없이 반복되면서 뉴스와 차원이 다른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는 식이다. 지금은 양상이 크게 바뀌었지만 초기 댓글은 네티즌들이 벌이는 독특한 놀이 가운데 하나였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해법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네이버의 아웃링크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가 계정당 댓글 작성 갯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매크로(반복 명령 실행 프로그램)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구글식 방식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네이버 뉴스의 아웃링크 전환은 매크로 공격권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으나 네티즌의 적극적 여론 참여 기회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뉴스를 보기 위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야 하고 댓글을 달기 위해 회원 가입을 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언론사 사이트의 댓글 서비스는 뉴스 본문과 한참 거리가 먼 곳에 배치되어 있다. 어지러운 광고 사이에 놓여 있어 댓글을 달기에 불편하다. 이용자 편익보다 클릭을 유도해 광고 수익을 거두려는 사이트가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웃링크 전환은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의 동향을 관찰하는 재미를 반감할 것이다.
인터넷 업계에선 네이버가 아웃링크로 전환한다 해도 이미 한국식 서비스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적응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다음 등 다른 검색포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검색포털 역시 매크로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테니 아웃링크 전환 요구가 수레바퀴 돌 듯 반복될 것이다. 검색포털의 핵심인 뉴스 서비스가 차별화를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네티즌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성장한 국내 검색포털의 발전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아웃링크 전환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