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이하 한국통신)로 출발했던 KT의 인력규모는 경쟁사에 비해 '비대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임 대표가 취임할 때마다 경영 효율화 또는 사업구조 재편 명분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완전민영화 당시 4만명에 달하던 KT의 직원 수는 2만명까지 줄어들었다.
KT는 민영화를 준비하던 때부터 꾸준하게 인력을 줄여왔다. 이계철 전 한국통신 사장은 공기업민영화법이 시작된 1998년 말 5만6600명에 달하던 인력을 2000년말 4만6095명까지 줄였다. 이 전 사장은 직원 1만1000명에게 명예퇴직을 받았다. 그럼에도 당시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직원 수가 2962명이었다는 점을 미뤄보면 여전히 비대한 인력이었다.
민영화가 완료된 후 초대 사장인 이용경 전 KT 사장도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2002년 말 4만3659명에 달하던 KT 직원수는 이 전 사장 사임 직전연도인 2004년 말에는 3만7703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의 임기 동안에만 약 9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 전 사장은 2003년에만 5500명에 달하는 인력을 특별명예퇴직으로 내보냈다. 당시만 해도 IMF 외환위기로 우리 사회 전체가 구조조정이라는 화두에 매달려있던 때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KT의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인력감축도 그 일환이었다.
위기 속 피해가지 못한 대규모 구조조정
관료 출신인 이석채 전 사장은 금융위기 직후 취임했다. 그는 IMF 때 이뤄진 체질개선이 충분치 않았다고 봤다.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도 했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09년 6000명을 명예퇴직시키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특별명예퇴직을 받을 당시 목표는 약 3000명이었지만 목표치의 2배 이상을 달성했다. 이 전 사장 부임 직전인 2008년 말 3만5063명에 달하던 KT 직원 수는 2009년 말 3만841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가 물러나기 직전인 2012년에는 3만2461명으로 '요요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몸담으며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에 두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을 세운 황창규 전 사장도 KT에 와선 전임자의 길을 충실하게 걸었다. 황 전 사장은 2014년 취임한 지 약 3개월만에 약 8300명에 달하는 인력을 특별명예퇴직으로 내보냈다. 완전민영화 후 실시한 특별명예퇴직 규모로는 최대 수준이다. 당시 2013년 창사 후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고강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 전 사장 취임 직전 3만2461명에 달하던 직원 수는 2019년 말 2만3372명까지 줄어들었다.
'정통 KT맨'으로 대표이사까지 오른 구현모 전 대표가 이끌던 시기는 이례적으로 별다른 구조조정이 없었다. 당시 AI(인공지능)와 미디어 등 비통신 사업을 확장하면서 체질개선을 이뤄내면서도 인위적으로 인력을 줄이지 않아, 노조가 연임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년 이뤄지는 자연감소(정년퇴직)만으로 3년간 2000명 가까이 규모를 줄였다.
김영섭 현 대표의 경우 취임 첫 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이듬해 특별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결국 전임자들의 길을 따랐다. 특별희망퇴직을 신청한 인력은 2800명, 신설 자회사로의 전출을 희망한 인력은 1723명으로 약 4500명에 달하는 직원이 KT를 떠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제1노조·제2노조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강제 전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수익성 높여야"…성과에 목마른 CEO
KT는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특히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일수록 이 같은 카드에 더 쉽게 손이 갔다. 실제로 민영화 후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았던 남중수, 구현모 KT 대표는 모두 '정통 KT맨'이었다. 구 전 대표도 네트워크 관리 부문을 신설 자회사로 전출하는 안을 고려했지만, 임기 내 시행하지는 않았다.
외부에서 낙하산 식으로 선임된 대표일수록 KT 조직의 비대함이 더욱 크게 눈에 들어왔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연임문제가 달려있다보니 당장의 성과를 내기에 구조조정 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었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판매관리비 등을 줄일 수 있다. 황 전 사장이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한 2014년 KT는 연간 영업손실 406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5년 영업이익 1조2930억원을 내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KT 사외이사를 지낸 한영도 상명대학교 교수는 "김 대표의 경우 임기가 2026년 6월에 만료된다. 임기를 앞두고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인력 효율화가 아니겠느냐"면서 "이번 구조조정은 인적역량이 중요한 AI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고 실적을 내는 등 여러가지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