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카카오다. 반대로 카카오를 얘기할 때 업비트 흥행 돌풍을 계기로 급부상한 핀테크 기업 두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두 회사가 지분 투자로 얽혀 있고 동일한 경영인이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심지어 서비스명이나 방식에서 비슷한게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나무는 카카오의 자회사 혹은 관계사라는 내용의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오해 받고 있는 두 회사의 관계를 정리해본다.
두나무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 경제학부를 복수 전공한 송치형 이사회 의장이 2012년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4월 소셜과 모바일 기능을 결합한 '증권 Plus for KAKAO(현재 카카오스탁)'라는 증권앱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 앱은 카카오톡과 연계, 카카오 계정을 통해 실시간 종목 시세 및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 친구들이 등록한 관심 종목도 공유할 수 있다. 웬만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부럽지 않은 방대한 금융 정보와 모바일에 최적화한 이용자환경(UI)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서비스 초기부터 모바일 트레이딩족을 끌어모으며 단숨에 증권앱 분야 1위로 부상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두나무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다. 김 의장은 개인 투자사였던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 카카오가 현재 100% 지분 보유)를 통해 두나무에 초기 지분 투자를 했으며, 카카오도 2015년 이 회사에 33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두나무는 카카오의 주력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에서 '카카오 키즈'라 할 수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10월 오픈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흥행 돌풍에 힘입어 잘 나가는 핀테크 기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업비트는 빗썸, 코인원, 코빗에 비해 후발주자임에도 거래액 기준 1위 서비스로 급격히 성장했는데 이 역시 카카오가 물려준 자산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업비트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등 다른 카카오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톡 아이디로 손쉽게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즉 다른 거래소는 회원가입이나 본인인증 절차가 복잡하나 업비트는 카카오톡 계정과 연동돼 있어 상대적으로 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것. 카카오톡으로 24시간 상담도 가능하다. 카카오가 직접 업비트를 만든 것 아니냐고 얘기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결정적으로 이석우 전(前) 카카오 공동대표가 작년말 두나무로 넘어오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보통이 아닐 것이란 오해가 증폭된 것으로 보이다. 실제로 작년말부터 상당수 언론들이 두나무를 카카오의 자회사, 혹은 관계사라고 소개한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검찰이 업비트와 관련해 두나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카카오 주가가 휘청이는 등 시장에서도 두 회사 관계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다 카카오의 최대 라이벌 네이버가 최근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비트박스'란 가상화폐 거래소를 오픈하면서 국내 인터넷 양대산맥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자회사를 통해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하지만 두나무는 카카오의 자회사도 관계사도 아니다. 단순 지분 투자사다. 올 3월말 기준 카카오는 두나무 지분 8.14%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벤처스와 카카오청년창업펀드(카카오가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간접 보유분(14.44%)을 포함하면 총 22% 가량을 들고 있다.
카카오가 두나무의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배력도 없기 때문에 두 회사는 흔히 말하는 '모회사-자회사' 관계가 아니다. 아울러 카카오의 직접 보유분이 8%에 그치기 때문에 20% 이상 50% 이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라고 보기도 어렵다.
두나무의 최대주주는 지분 31%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송치형 의장이다. 카카오가 주요 주주이긴 하지만 경영에 참여할 정도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실제로 카카오와 두나무의 경영은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두나무에 자금을 댄 것도 아니라는 해명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카카오가 두나무에 투자한 시기는 업비트 오픈 한참 전인 2015년"이라며 "당시 두나무는 신생 핀테크 기업으로 증권앱 서비스를 하고 있었던 때라 카카오가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