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약속이나 한듯 블록체인 기반 사업 시작을 내년 상반기 목표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을 출시할 계획이고, KT는 통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를 발행할 목표다. 또 LG유플러스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 결제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는 등 저마다 다른 영역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각기 플랫폼 사업으로 키운다는 내부 계획을 보면 결국 경쟁 상황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말 새롭게 조직한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에서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크게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과 지불·거래 플랫폼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상용화 직전 단계에 이른 분야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다. 블록체인으로 암호화된 신분증명 체계를 구축하고 간편한 인증만으로 서명을 할 수 있는 콘셉트다.
가령 휴대폰을 개통할 때 이 서비스가 적용된 스마트폰이 있으면 신분증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고, 출입이 제한된 장소에 출입할 때 또는 전자계약을 체결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당장 자사 이동통신 사업과 콜센터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향후 무인 편의점·호텔 예약·놀이동산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 고객 상대로는 편의성을 제고해 충성도를 높이고 본인 인증에 쓰이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화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미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T인증'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인증에 관한 B2B 대상 평판은 확보한 상태여서 서비스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기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KT는 기프티콘 등의 사업을 하는 계열사 KT엠하우스와 함께 1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지역화폐 플랫폼'을 올해 말까지 구축해 김포시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들이 만드는 지역화폐는 내년 상반기 김포시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이므로 이중 지불이나 위·변조 등을 원천 차단하는 장점을 갖췄으며, 현금화도 가능하다.
KT가 개발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이 적용돼 중개자가 없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데이터의 누락 없이 신뢰도 높은 정산이 가능해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T는 김포시를 시작으로 전국 160여 지방자치단체 대상 블록체인 지역화폐 플랫폼을 확대·적용할 구상이다. 이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자 투표, 시민 참여, 보상 등 지자체 행정 혁신에 기여하는 사업도 벌이겠다는 포부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미국 TBCA소프트·일본 소프트뱅크·대만 파이스톤 등의 기업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해외결제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엔 외국에서 결제한 금액을 다음달 통신 요금으로 납부 가능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므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해외 결제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셀링 포인트다. 계획만 보면 해외여행객 정도를 시장으로 삼고 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통신3사는 현재까진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성장 단계에 있고 관련 법도 완화되는 과정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사 서비스 상용화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직접 ICO(가상화폐 상장을 통한 투자금 모집)에 나서거나 거래소를 구축해 각종 리스크를 떠안기보단 통신 가입자 기반으로 우회적 사업 모델을 내놓으면서 사업성을 타진하고 결제 서비스 등을 통해 플랫폼 사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자사 플랫폼에서 활약할 건강한 사업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므로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SK텔레콤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가 내년 상반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통신 가입자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을 꿈꾸고 있으나, 아직은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아 보폭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당분간은 통신3사는 경쟁보다는 생태계를 키우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다가 언젠가는 1위 플랫폼 지위를 놓고 경쟁 상황으로 접어들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