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9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 이후 이렇다할 대책 없이 1년 동안 방치해왔던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와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ICO를 허용하고 거래소를 합법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세계 블록체인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한국블록체인협회를 비롯한 3개 관련 협회 주최로 열린 ‘블록체인 ABC 코리아 정책 세미나’에선 이 같은 ICO 및 거래소 가이드라인 도입 제안이 나왔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제시한 ICO 및 거래소 가이드라인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사업의 실현 가능성, 코인 발행자 신원에 대한 사전 심사와 사후 조치를 통해 국내 ICO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신설 거래소에 자기자본 확보, 민원센터 구축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도록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ICO가 금지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들이 해외로 나가야 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 인력과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한편 정보 부족으로 국내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래소 설립기준도 따로 두지 않아 재무 안정성과 보안 요건을 갖추지 않은 회사가 난립하고 결과적으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선 별다른 제약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가 뒤늦게 규제 철퇴를 맞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블록체인업계는 ICO 및 거래소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국내에서도 제도권 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것을 제안했다. 안정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선제 도입해 세계 블록체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재 추진되는 해외 ICO는 백서내용이 부실하며 이에 따라 다단계와 유사한 사기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관련 협회가 사전 심사를 하도록 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블록체인 관련 포럼이 다수 열리는 건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서 테스트베드 마켓으로 통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같은 지위를 살려 해외 주요국보다 먼저 가이드라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가상화폐를 부르는 다양한 명칭을 디지털 토큰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기존에 쓰이던 용어 중 가상화폐는 실체가 없다는 인상을, 암호화폐는 '돈 세탁'에 쓰인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지닌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현재 앞쪽에는 가상, 디지털을 뒤쪽에는 화폐, 통화, 토큰, 가상증표, 코인, 자산 등을 붙여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명칭이 약 40여개에 달하게 된다”면서 “보다 정확하면서도 중립적인 용어인 디지털 토큰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관련 컨트롤타워 지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국무조정실에서 산업 발전과 부작용 관련해 보고받는 등 실질적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컨트롤타워 지정 시에도 이쪽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