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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팔 걷어붙인 정부…"官주도 글쎄~"

  • 2018.11.22(목) 16:46

부동산 거래·해외직구·축산물 관리에 적용
기술영향평가 진행…"정부주도 반감도 나와"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의 실생활 적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부동산 거래, 해외 직구(직접구매), 축산물 관리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잇따라 적용시키고 있다.

 

대부분 시범 서비스 형태로 적용되고 있으나, 성과에 따라 더욱 다양한 분야로 블록체인 기술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어 어떤 방향으로 수렴될지 주목된다.

 

◇ 내년부터 블록체인 기술 곳곳에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축산물 이력관리·해외 전자상거래 물품 통관·부동산 거래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우선 과기정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을 오는 12월까지 전북 지역에 시범 구축할 계획이다.

 

쇠고기 유통 단계별 이력정보와 각종 증명서를 블록체인에 저장·공유함으로써 현행 이력제 업무의 신뢰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농식품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참여 기관을 확대하고 돼지 등 다른 가축의 이력제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6일에도 과기정통부는 해외 전자상거래 물품 통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관세청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상거래물품 개인통관 시범서비스' 시스템을 12월까지 구축하고, 내년 1월부터 민간업체와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해외 직구(직접구매) 이용자는 원스톱으로 자신의 화물 위치 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세관 신고정보 조회도 가능해 전자상거래업체 등의 허위신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정부는 블록체인 도입으로 전자상거래 및 운송업체의 업무 처리가 자동화돼 전체 통관시간이 최소 반나절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부동산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구축을 오는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시범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내 11개 금융기관(농협, 신한, 산업, 국민, KEB하나, 씨티, 수협, 광주, 제주, 경남, SC은행)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새롭게 구축하는 시스템을 통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으면 부동산 증명서를 은행에 제출하지 않아도 은행 담당자가 블록체인에 저장된 부동산 정보(토지대장)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진 부동산 매매·대출을 하는 경우 등기소, 국세청, 은행 등에 종이로 된 부동산 증명서를 제출해왔으나, 이 과정에서 종이로 된 증명서는 위·변조에 쉽게 노출돼 각종 부동산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왔다. 김정원 과기정통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은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이상욱 기술영향평가위원장이 22일 블록체인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 정부 주도 우려 목소리도

 

과기정통부는 매년 기술적·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미래 신기술을 선정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영향평가를 하고 있다. 올해는 블록체인이 평가대상으로 선정돼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2일 기술영향평가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영향평가를 진행한 평가 결과(안)를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산·학·연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기술영향평가위는 ▲경제 ▲윤리 ▲사회 ▲문화 ▲환경 등의 주제에 걸쳐 블록체인을 평가했으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파악했다.  

 

경제 영역의 경우 다양한 경제 주체의 협업 효율화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블록체인은 일정 주기로 데이터가 담긴 블록을 생성한 뒤 이전 블록들에 체인처럼 연결하는 기술이고, 다양한 주체가 거래에 참여해 정보의 관리와 공동 활용에 상호 신뢰가 전제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가상화폐 공개(ICO)를 통해 사업성을 증명하면 실적 확보 없이도 투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자금조달 채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아울러 가상화폐 보상 체계에 기반한 게임이나 서비스업, 블록체인에 특화된 법률 자문 및 기술 컨설팅 등 신규 산업을 등장시키고, 이로 인해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의 차이에 대해선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와 함께 제품의 투명한 이력 관리가 가능해져 축산물과 같이 신뢰를 필요로 하는 제품 거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중개자 역할이 축소돼 개인 간 거래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력과 자본력이 우수한 기업이 신뢰를 얻게 되면 이들 중심으로 시장이 주도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리 영역의 경우 ▲잊힐 권리와 충돌 ▲준거법 ▲불법행위 악용 ▲의도적 합의 조작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준거법의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기업이 다양한 국가에 걸쳐 있는 탓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떤 국가의 법을 따를 것인지 문제를 말한다.

 

그런데 정부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에 적용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에서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경쟁하며 생태계를 키우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방향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상욱 블록체인 기술영향평가위원장(한양대 교수)은 이날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일반 시민 대상으로 개최한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 분야에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술영향평가위원회 내부에서도 논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 "민간에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치고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토론 내용 등을 반영해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을 마련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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