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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4차위 논의, 블록체인 정책에 반영될 것"

  • 2018.12.04(화) 17:51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겸 4차위 민간위원 인터뷰
블록체인도 뭉쳐야 산다…"기관투자자 진입 등 양성화 필요"

▲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국을 대표하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가'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를 제2기 위원으로 임명하면서 소개한 문구다. 4차위가 블록체인 분야 민간 전문가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철민 대표의 블록체인·가상(암호)화폐 업력은 그리 길지 않지만, 이 분야 대부분 사업 영역에 손을 대면서 단숨에 국내 대표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표 대표가 지난해 8월 설립한 체인파트너스는 블록체인 분야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를 표방한다. 블록체인 분야 창업자의 아이디어 사업화와 운영자금 지원까지 돕는 회사다. 그래서 체인파트너스는 설립 1년이 조금 넘는 사이 블록체인 기술, 소비자 제품, 가상화폐 관련 금융 및 거래소, 결제,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그동안 DSC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DS자산운용,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금융·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해 현재 120명이 일하는 회사를 꾸렸다.

1985년생인 표철민 대표는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기도 한 베테랑 창업자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 보다 한 살 어리지만 창업 경력만큼은 누구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 인터넷 도메인 등록 대행을 하는 다드림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바 있어 창업 경력이 18년에 달한다. 대학생 때는 위젯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위자드웍스의 성공과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벤처기업협회 이사,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그를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 선릉점에서 만나 4차위 활동에 대한 포부와 사업 관련 경험 및 계획, 블록체인 관련 생태계에 대한 의견 등을 들어봤다.

▲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가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4차위 논의 내용, 블록체인 정책에 반영 기대감"

표철민 대표는 자신이 4차위 민간 위원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 "아직은 지켜봐야겠다"면서도 "4차위에서 논의할 내용이 블록체인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에 기대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무조정실이나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분야를 논의하고 관련 내용이 나오면 내일 당장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란 오해가 외신 등을 통해 퍼지면서 전세계에 확대 재생산될 우려가 크다"며 "그러나 4차위는 기능이 자문 역할에 그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역설적으로 더욱 자유롭게 블록체인 관련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4차위의 활동이 정부가 액션을 취하는 데 근거를 만드는 장치로 활용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4차위의 회의 내용을 봤더니 위원들이 대단히 자주 모였더라. 해커톤(끝장토론)도 여러 차례 열어 이해관계자 권고안도 만들었는데, 그 권고안이 정책 개정안에 거의 그대로 반영된 사례도 확인했다"며 "블록체인 분야 의제도 그렇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분야 사업자가 4차위에 참여하는 것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업계가 요구하는 사안이 아니라 체인파트너스가 원하는 것이 주장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회의가 시작되면 블록체인 분야 주요 플레이어 중심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므로 오히려 회사 차원에선 대표이사의 4차위 참여가 불리한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 쑥쑥 성장한 체인파트너스 비결은…

'토크노미아, 이오시스, 폴라리스, 데이빗, 코인덕,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디센터, 디센터 유니버시티, 코인사이트'

 

지난 1년 사이 체인파트너스가 벌인 사업들이다. 이들 사업 부문은 각각 토큰 개발 자문, 블록체인 전문 액셀러레이터, 기업용 블록체인,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 연구기관, 미디어, 교육기관, 유튜브 채널 등을 제공한다.

표 대표는 이처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배경에 대해 "이런 회사들이 한국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작년 6~7월 무렵 사업을 준비할 때 한국에는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소밖에 없었다"며 "시장 건전화에 기여하면서 사업도 넓혀보고자 다양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에서 사용으로 넘어가려면 결제 서비스가 당장 필요하다고 봤는데, 그조차 마련된 곳이 보이지 않아 직접 사업을 벌인 식이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 부문은 내부에서 시너지를 찾기보단 외부에서 파트너를 찾는 형태로 독립적인 운영을 지향한다. 표 대표는 "심지어 저희는 거래소가 있지만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하는 사업 부문도 있다"며 "각 사업들은 서로 느슨한 네트워크 조직처럼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다양한 사업 부문 구성은 각각의 사업만으론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받기 어려웠기 때문도 있다. 아직도 국내에선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외하면 수익 모델 자체가 불투명한 게 현실이어서다.

그러면서도 사업 다각화로 유명한 옐로모바일이나 스타트업 분야의 '컴퍼니 빌더' 패스트트랙아시아와는 다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분야는 모이면 투자도 받을 수 있고 기업 가치도 커진다"며 "체인파트너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로만 다각화를 하므로 다양한 분야에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곳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업비트나 빗썸 같은 회사들도 다양한 분야에 사업을 벌였는데, 저희는 홈페이지에 모든 사업 영역을 공개했기 때문에 사업을 다각화한 게 눈에 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ICO(가상화폐 공개)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사업 아이디어를 담은 백서 정도만으로 ICO를 하고 돈을 번 뒤에야 사업을 시작하는 일부 행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표 대표는 "스스로도 회사를 설립하면서 특별한 이유 없는 ICO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했고 토큰 투자도 하지 않았다"며 "체인파트너스의 수익성은 거래소와 결제, 장외거래 세 가지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장외거래와 관련해선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을 보면 장외거래 규모가 장내거래의 10배 이상 크다"며 "체인파트너스는 국내 대형 기업들 대상으로 암호화폐의 장외거래를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실시간으로 가격 변동 리스크가 높고 대량 매매가 어려운 시장 특성을 반영해 일정 시간 가격을 보장해주는 거래를 지원한다는 얘기다.

그는 경쟁 사업자의 진입에 대해선 자신감을 내비쳤다. 표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은 이제는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며 "저희와 같은 네트워크를 갖추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 대표가 군 제대 후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인력 찾기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개인적인 투자에서 손실을 보기도 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100만원을 투자하면 30만원이 되는 식이었다. 그는 작년 초 카이스트, 포항공대 인근 모텔에서 숙박하면서 '같이 공부하자'며 인력을 모았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놨다.

그는 "기존 IT 업계와 금융권에서 대부분 인력이 모였고, 네이버 '스노우'에선 디자인실 멤버들이 대부분 건너올 정도로 인식이 높아졌다"며 "성숙기인 모바일 시장에서 지금 직방이나 토스 같은 서비스를 시작하면 승산이 없으므로 새로운 시장에 빨리 들어와 선점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가상화폐, 기관 참여해 양성화 필요"

 

표철민 대표는 하락세를 거듭하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서는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안전하고 양성화한 거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단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와야 하고,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거래하고 보관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며 "이미 미국은 은행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에서 암호화폐에 대신 투자해주고 있는데, 국내는 이것이 금지돼 있다"고 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의 ICO와 관련해서도 "어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 많이 들어 오면 현재보단 건전한 기업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증권 시장과 같이 대형 투자자들이 존재하면 작전이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어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지갑이나 자산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험도 요구된다"며 "체인파트너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처럼 국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내년부터 추가 투자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다만 사업 확장에 유연성을 우선할 것이라고 했다. 신사업 계획을 발표하면 텔레그램, 트위터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정보가 퍼져 비판과 긍정이 난무하는 시장 특성에 적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표 대표는 "각종 사업이 코인 가격과 맞물려 있어 사람들이 민감하다. 가령 특정 사업을 발표한다고 한 뒤 시한을 맞추지 못하면 망했다는 소문이 도는 식"이라며 "시장에 기대를 주지 말고 사업이 완전히 준비됐을 때 기습적으로 발표했더니 반응이 오히려 좋은 반응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코인 상장의 대가로 비용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며 대형 거래소 위주로 비용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상장 비용을 받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블록체인 자체에 대해서는 인터넷이나 인공지능(AI)과는 다른 영역의 사업이라고 구분했다. 블록체인은 어떤 사업과 연관 지어도 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사업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표 대표는 "블록체인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같은 것"이라며 "블록체인만이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수억명이 사용하는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에서 큰 문제가 생긴 사례가 없는데, 이 영역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신뢰성을 높인다는 식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탈중앙화 철학을 내세운 블록체인 시장이 결국 중앙화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탈중앙화와 관련한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본다"며 "가령 페이스북, 구글, 애플, 카카오, 라인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면 작은 기업이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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