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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블록체인, AWS 대체할 수 있어요"

  • 2018.11.30(금) 10:34

남현우 오딘 네트워크 대표, 이대승 COO 인터뷰
유휴 네트워크 분산 이용…5G 시대 급증하는 트래픽 대응

▲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비즈니스워치 사무실에서 오딘 네트워크의 남현우 대표(오른쪽)와 이대승 COO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두 남자가 만났다. 서울대 의대 출신 안과 전문의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23년 잔뼈가 굵은 네트워크 전문가. 1996년 1월부터 IT 업계에 뛰어든 남현우 '오딘 네트워크'(OWDIN Network) 대표와 군의관 복무 직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이대승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이들은 블록체인, 공유경제라는 키워드로 하나가 됐다.


블록체인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스팀잇에서 '스팀고래'(스팀파워를 많이 보유한 인플루언서)로도 유명한 이대승 COO의 '한 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훨씬 많은 사람에게 기여하는 분야'에 대한 갈망과 인생 대부분을 투자하며 네트워크 분야 혁신을 꿈꾼 남 대표의 기술이 만난 것이다.

 

오딘 네트워크는 유휴 네트워크 자원을 모아 대용량의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해 지난 3월9일 회사를 설립했다.

오딘의 프로젝트는 기업이나 개인이 쓰는 네트워크를 조각조각 나눠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파일을 조각내서 다수에게 나눠 다운로드하는 프로그램 '비트토렌트'와 유사하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고, 네트워크 사용 기록이 블록체인에 기록되며 이같은 거래도 가상화폐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와 블록체인 기술 개념이 섞여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 자원을 나눠 사용하는 까닭에 최근 통신 두절 문제를 겪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 KT 등을 대체 혹은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런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건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등을 통한 동영상 이용량이 증가하며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는 시대에서 이같은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이동통신 데이터 트래픽은 작년 3분기 305페타바이트(PB, 1PB=1000테라바이트)에서 오는 2023년 2.8엑사바이트(EB=1000PB)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5세대 이동통신(5G) 환경에선 초고화질 영상 전송이 더욱 활발해져 이같은 데이터 트래픽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오딘의 주요 사업은 크게 개인용 가상사설망(VPN)과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의 변형 모델인 PDN(Peer Delivery Network)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다.

VPN은 인터넷 회선을 기업 내부 전용선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설망을 뜻하는데 보안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VPN을 개인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국가에서 이용 불가능한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어서다. 중국에서 이용 불가능한 네이버 일부기능과 카카오톡 등도 VPN을 통해 쓸 수 있다. 

오딘은 일단 기업용 B2B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기초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4시간 전원이 들어오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하드웨어 장비 기기가 있는 회사를 대상으로 VPN 및 PDN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프라를 깐 다음 CDN을 사용하는 스트리밍 회사 대상으로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당장은 쏘우웨이브(SAWWAVE), 미디어디바이스, 하이온넷 등 5개사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후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벌이고 네트워크 공유에 대한 보상 체계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VPN은 상용화 완료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PDN도 개발중이다. 상용화는 내년 상반기로 계획하고 있으나, 벌써 관련 기술 국내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오딘 네트워크의 남현우 대표는 "최근 AWS, KT 사고 사례와 같이 집중화된 서비스에서 나타날 수 있는 통신 장애를 대비하면서도 늘어나는 트래픽 수요를 해결하려면 혁신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며 "탈중앙화가 특징인 블록체인 플랫폼 시대에서 AWS의 위치를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딘 네트워크의 남현우 대표(오른쪽)와 이대승 COO [사진=김동훈 기자]


-이대승 이사께 먼저 질문 드립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남부럽지 않은 길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새로운 분야인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시스템'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의사 한 명은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죠. 하지만 개선된 시스템을 만들면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래서 군의관 시절에도 방송통신대에서 MBA를 하면서 다양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을 알게 됐고, 스팀잇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소셜 미디어 시스템을 통해 아프리카 우간다의 사람들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저자를 지원했습니다.

 

블록체인의 특징인 탈중앙화는 유통 플랫폼과 같은 중개자가 아니라 실제로 생태계에 참여하는 창작자에게 더 많은 수익을 줍니다. 이를 통해 창작자 삶에 변화가 나타남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간다 사람들에게는 단 2달러를 지원했음에도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던 거죠. 블록체인에 매력을 느낀 계기입니다. 이후 인터넷 관점에서 보니 KT가 르완다 같은 곳에 4G 같은 통신 인프라를 공급하는데도, 돈이 부족한 사람은 그걸 쓸 수가 없었어요. 오딘 네트워크의 혁신적인 기술로 네트워크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를 만든다면 '디지털 푸어'(빈곤)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군의관이 끝나자마자 합류했습니다.

-남현우 대표께 질문 드립니다. 남 대표는 20년 넘게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는데, 실패할 위험이 큰 창업에 도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우정보시스템, 이노크래프트, 퓨쳐시스템, 이글루시큐리티 등에서 연구개발을 주로 맡았습니다. 친구들이 저더러 직업이 연구소장이라고 할 정도로 연구를 많이 했죠.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거의 10년 주기로 플랫폼이 크게 바뀌었던 것 같아요. 1990년대 말 '닷컴버블', 2010년 무렵 '모바일 혁명'이 있었죠. 특히 국내 기업들이 모바일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시장을 뺏긴 싸이월드가 대표적이죠. 또 10년이 지난 2020년쯤이 되면 어떤 플랫폼으로 바뀔까. 저는 블록체인이라고 봤습니다.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을 접목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건가요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 남아있는 문제는 디도스(대규모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입니다. 막을 방법이 별로 없어요. 엄청난 트래픽으로 한곳에 공격이 몰려들면 통신사 백본(기간 통신망)이 흔들릴 정도죠. 디도스는 분산해서 공격이 들어오는 거니까 분산해서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다면 '에어비앤비'처럼 공유경제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분산 운영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네트워크를 공유한 사람에게 수익을 나눠줄 때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블록체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네트워크 영역의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손에 와 닿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 사업 모델을 실현할 장비를 어디에 어떻게 배포할 것인가는 '펀드레이징'(투자유치)에 허들이 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라 네임밸류도 별로 없으니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 대상 B2B로 먼저 접근하는 것입니다. 전기차 충전기, 공공 와이파이, 병원, PC방, 스크린 골프장 등 수없이 많은 곳에서 저희 장비 또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유휴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어요.

 

▲ PDN과 CDN 방식의 차이. [자료=오딘 네트워크]

 

-기존 방식 대비 오딘의 PDN 방식은 어떤 장점이 있나요
▲가정에 저희 장비를 놓으면 공유기 정도의 전기를 소모합니다. 저희는 네트워크 공유의 대가로 인터넷 회선비를 상당히 절감해 드리고자 합니다. 서비스가 더 커져 더 큰 이익을 나눠드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 장비를 쓰면 가끔 인터넷이 안 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다른 사람이 나의 인터넷을 너무 많이 쓸 것이란 우려도 있겠죠. 이런 부분은 저희 회사의 네트워크 가속 및 제어 기술로 잘 관리할 겁니다. 이것이 제대로 동작하면 국내에서만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에서 6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수익을 네트워크 공유자와 나눌 거고요. 저희를 통해 저렴한 인터넷을 쓰고자 하는 동영상 사업자, 게임사, 인터넷 쇼핑몰 등 기업들도 고객이 될 겁니다. 예컨대 기존 CDN 사용료가 월 1억원인데 3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죠.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됐고,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한가요.
▲PDN은 테스트 중이고, VPN은 상용화 완료 단계입니다. 기본 서비스에 필요한 바닥은 완료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1000대 규모의 장비로 시작할 방침입니다.


-이런 서비스로 인해 손해 보는 곳은 CDN 업체들이겠군요
▲CDN, 클라우드 업체들은 중간에서 많은 이윤을 얻죠. 그 부분을 저희가 일부라도 가져와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또 트래픽이 급증하는 시대에서 데이터 센터를 더 짓는 방식으로는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집중형인 CDN 구조가 아니라 전기차 충전기, 거리의 커피숍 등 주변에 있는 기기들을 이용하면 그런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죠. CDN 국내 시장 규모는 수천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시장에서 저희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려고 합니다.

-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ICO(가상화폐 공개)를 통한 펀드레이징은 포기했습니다. 시장이 너무 안 좋아요. 현재까지 4억8000만원 규모의 엔젤 투자를 받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직원이 9명인데요. '데스밸리'(창업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금 부족 등으로 겪는 죽음의 계곡)를 넘어야죠. 다만, 향후 코인은 발행할 예정입니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네트워크를 분산하는 장비 기술과 관련해선 국내 특허를 출원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배포 자체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CDN의 경우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가 서울인지 부산인지 정도만 알면 되는데, 저희는 더욱 촘촘히 네트워크를 연결해야 하므로 훨씬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서비스를 거의 찾기 힘들지만, 증가하는 트래픽을 고려하면 전송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기에 오딘 네트워크가 개척하는 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오딘 네트워크의 남현우 대표(오른쪽)와 이대승 COO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모든 참여자의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결제 등에서 속도가 느리지 않나요
▲블록체인에 담는 정보는 사용량 계산, 보상 배분에 필수적인 것으로 한정하고, 나머지 자세한 정보는 따로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느려지지 않습니다. 저희는 일종의 분산화 앱인 댑(DAPP)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오스'를 기준으로 개발을 한 상태이며, 더 적합한 블록체인이 나오면 바꾸어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디도스 방어 솔루션,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할 계획으로 압니다. 보다 자세한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희 서비스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 어떤 부가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계획입니다. 다만, 디도스 방어에 참여할 경우 더욱 심각한 동의와 더 많은 보상 체계를 설계할 예정입니다. 또한, 다양한 기기의 컴퓨팅 파워도 모을 수 있는데요. 딥러닝 모델을 만드는 인공지능(AI) 회사를 대상으로, 그런 컴퓨팅 파워를 저렴하게 대여하고 공유자에게 수익도 줄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어떤 로드맵이 있나요
▲세계 곳곳에 한류 콘텐츠를 보려는 수요가 많잖아요. 이들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미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마존 웹 서비스 장애로 탈중앙화라고 하는 블록체인의 이상이 굉장히 뜨겁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많은 블록체인 업체들도 아마존의 서버를 쓰는데요. 아마존이 가격을 올리면 블록체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제2, 제3의 옵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희가 기여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아마존을 대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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