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발한 택시기사들이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카카오가 장악한 택시호출 시장에 SK텔레콤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양사간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카카오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여서다.
이에대해 카카오 측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모빌리티 시장을 함께 넓히진 못할 망정 점유율 빼앗기에 몰입돼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 택시호출 서비스인 티맵택시 사업을 본격화한다며 택시기사의 생존권과 승객 편의성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가 최근 유료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을 내놓고 카풀 서비스 출시까지 예고하면서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상무)은 "택시기사 생존권과 승객의 이동 편의성 제고가 대립적인 갈등 구조가 되지 않길 바란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카카오택시와 같은 택시호출 앱이 나온 뒤 택시 사고가 증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택시기사들이 운전중 호출을 받기 위해 앱을 열어 조작하다보니 사고가 늘었다는 것이다. 여 상무는 "택시 사고는 택시호출 앱이 나온 2015년 3만2314건에서 2017년 3만4646건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은 스티어링휠(핸들)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승객의 호출에 응답할 수 있는 '콜잡이'를 택시기사 3만명에게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택시기사를 향한 각종 '러브콜'을 쏟아냈다.
여 상무는 "법인택시의 공차율이 40%에 가까운데, 이런 유휴택시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차율을 줄이면 40%에 가까운 승객을 더 태울 수 있어 수익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공차율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내놓고 있지 않지만, 최근 논란이 된 카카오택시의 카풀 서비스 형태로는 안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승차거부 문제도 택시기사 입장에서 적극적인 방어 논리를 폈다. 그는 "왜 승차거부를 하는지 봐야 한다"며 "티맵 데이터를 보면 승객들이 평균 8.1킬로미터(km)를 타고 요금은 1만원이 안 된다. 또 택시기사가 8km를 운전하는 대가를 벌기 위해 1~2km 떨어진 곳의 승객을 태우는 사정이 있어 장거리 콜을 받으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승객의 배차 확률을 높이고 기사에게 높은 수입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배차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도 소개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스타트업 기업 일부진영은 모빌리티 산업 관련 규제 완화에 힘을 보내주진 못하면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상황을 기회로 이용하는 것에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시장에 뛰어들고 사업자들이 경쟁해서 택시기사와 사용자 모두의 이익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SK텔레콤은 지금과 같이 모빌리티 시장을 만들기 위해 카카오가 택시업계의 매를 맞으며 전면에 나서고 있을 때를 기회로 볼 게 아니라 규제완화에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카카오가 택시업계와 상생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 그동안 택시업계가 대화에 참여하질 않았던 것"이라며 "SK텔레콤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를 보면 택시업계에 제안하는 구체적인 상생 방안은 없고 혼란을 틈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로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부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1위 사업자는 대범할 필요가 있는데, 시장의 99%를 갖고 있는 곳에서 열위에 있는 회사에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며 "카풀로 마찰을 빚고 있는 동안 (경쟁사는)어떤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티맵택시 사업 본격화는 규제를 혁신하려는 행보에 태클을 걸거나 택시기사를 유혹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단지 티맵택시 이용객 대상의 T멤버십 할인 혜택 서비스가 11월 무렵부터 가능했기 때문에 시기상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는 현재 22만4838명으로 전국 택시기사의 83%가 쓰고 있으며, 티맵택시는 6만명 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