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간 망사용료 협상이 조만간 결론 난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페이스북에 원활하게 접속하도록 하는 캐시서버 구축 비용 협상에서 빠르면 연내 가시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면서도 별 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와의 이번 협상은 다른 통신사(KT·LG유플러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얼마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22일 한국IP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IPTV 10주년 기념식에서 "(페이스북 망사용료 협상이) 조만간 결정되며 여러 변화가 한 두 달 안에 가시권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사용료란 인터넷기업이 통신사의 망을 활용해 콘텐츠를 전송한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기업은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면서도 캐시서버 구축 비용 등 망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해외 인터넷기업은 자국에 서버를 두고 해당 국가의 통신사에만 망사용료를 낸다. 국내에선 이용자의 해외 서버 접속 시 서비스 속도가 지연될 수 있어 자주 보는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위치에 저장하는 캐시서버를 두고 있다. 해외 인터넷기업은 캐시서버 구축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내 통신사에 떠넘기려 해 논란이 된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 중 KT에만 돈을 내고 캐시서버를 운영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와도 캐시서버 구축 비용을 두고 협상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6년 12월 페이스북이 KT의 망을 빌려 쓰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인터넷 접속 경로를 임의 변경, 이들 가입자의 서비스 속도를 지연시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페이스북 망사용료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페이스북과 KT의 망사용료 계약도 지난 7월 만기돼 재협상하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들이 페이스북으로부터 정당한 망사용료를 받아낼지 주목된다.
한편 이 대표는 SK브로드밴드 내 모바일 OTT(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인 옥수수를 분사시키는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SK텔레콤은 미디어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 옥수수를 분사시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옥수수 분사는) 좀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재송신료(CPS) 협상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상파는 자사 방송 프로그램을 유료방송사에서 재송신하도록 하는 대가로 CPS를 받고 있으나 적정 금액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유료방송업체는 CPS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상파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상파 CPS 협상을 두고) 많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IPTV 출범 1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방송산업 내 불공정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PTV 사업자가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콘텐츠 사업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방송계에 남아 있는 불공정한 관행에서 벗어나 콘텐츠 산업과 플랫폼 산업이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IPTV 사업자가 방송 제작 사업자와 상생해 한국 방송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도 불공정 관행 근절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 회장은 "지난 10년간 IPTV 서비스는 15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면서 "앞으로 10년은 사회적 책무를 시행하는 시기로 삼고 불공정 관행 근절과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 제작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