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 8월22일 열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붙은 이름이다. 이는 2016년부터 약 3년간을 끌어온 분쟁인데다 향후 국내 통신사업자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와의 망 이용료 협상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송 쟁점과 결과를 살펴본다. [편집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기한 행정소송이 '세기의 재판'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CP)의 차별 문제를 해결할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판단은 글로벌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먼저 이번 재판 결과는 글로벌 CP와 국내 이통사들의 망 이용료 협상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업계에서는 글로벌 CP들의 망 이용료 '무임승차' 관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은 국내에서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은 채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2016년 기준 734억원가량의 망 이용료를 지불한 네이버와는 달리 페이스북은 연간 150억원의 망 이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와 아프리카TV도 각각 300억원, 150억원 정도의 망 이용료를 지불했으나 구글과 넷플릭스의 망사용료는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가 방통위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내 통신사들은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그간 망 이용료 지불을 거부했던 글로벌 CP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 법원의 판결을 참고 사례로 삼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번 소송을 한국 법인이 아닌 아일랜드 법인에서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본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제재를 받은 글로벌 CP가 규제당국을 대상으로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은 이번이 첫 사례다.
해외 각국의 정부에서는 동일한 망 이용료 분쟁이 나타났을 때 이번 판결의 결과를 참고 사례로 삼을 수 있고,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 입장에서는 다른 국가에서도 통신망 관리 책임을 져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페이스북이 이번 소송에 패해 과징금을 물게 되면 자칫 페이스북이 사업을 펼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과징금 또는 망 사용료를 올려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부과한 벌금은 3억9600만원. 4억원도 채 되지 않는 적은 규모지만 페이스북이 이번 소송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유다.
사안의 중요성을 의식하듯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도 지난달 25일 예정됐던 1심 선고를 이달 22일로 연기한 바 있다.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니만큼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세기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될까. 국내 통신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무임승차해온 글로벌 CP들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