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지속된 인터넷망 이용대가 분쟁으로 인해 정부가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하지만 콘텐츠제공업체와 통신사는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등을 포함한 콘텐츠제공업체(CP)와 통신사 등을 포함한 국내 인터넷사업자(ISP) 사이의 망 이용대가 논란은 수 년째 이어지는 이슈다. ISP가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CP가 그 망을 이용해 사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이때 CP가 ISP에 지급하는 비용을 망 이용대가라고 한다.
하지만 IT 인터넷 서비스는 형태나 망 접속 방식 등이 다양하고 기업 간 계약이기 때문에 그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ISP와 CP 간 불공정 계약 주장이 나오고 있고 방통위는 사업자 간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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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내용은?
방통위는 망 이용계약에 대해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을 존중하되 이용자 피해 발생, 불공정 행위를 통한 시장 왜곡 등 시장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제한된 상황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도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 발생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계약 원칙 조항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상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비차별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공정행위 유형에 대한 조항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 내용만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에 대해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을 지연 및 거부하는 경우 △제3자와의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제3자와 공동으로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다른 이용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이용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 기준은 △인터넷망 구성 및 비용분담 구조 △콘텐츠 경쟁력, 사업전략 등 시장 상황 △대량구매 및 장기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유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제3의 이용계약이 있는 경우 이때 고려한 요소와 산정방식 등이다.
방통위는 이후 논의를 거쳐 연내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1개월 후 부터 시행된다.
CP "역차별 해소 안돼..가이드라인 제정 반대"
지난 1년간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디어미래연구소, KISDI 등이 연구반을 구성해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CP와 ISP 양측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국내외 CP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김재환 정책실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두고 국내외 CP간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면서 "오히려 국내 CP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역차별을 가중시키는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가이드라인 중 11조의 주요 내용인 'CP 등은 인터넷 트래픽 경로 변경,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부분이 국내 CP에 과도한 의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공정 거래는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는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건 중복 규제의 우려가 있으며 망 이용계약은 사업자간 사적 계약임을 강조했다.
ISP "불공정 행위 구체적 명시 필요"
ISP측 입장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윤상필 대외협력실장은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회피 등이 심화되고 있어 사업자 간 협상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우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수적이라며 가이드라인 제정에는 찬성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조항별 수정의견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윤 실장은 "계약 상대방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합리한 안(예를 들어 캐시서버 설치 시 망 이용대가 내지 않는 경우)만 주장하는 경우와 망 이용계약의 협의권자를 정하지 않는 경우도 불공정 유형으로 봐야 한다"면서 "글로벌 CP들은 서버를 조세피난처에 두거나 관련 사업자가 너무 많아 실제 계약 당사자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 CP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CP에 한해 품질유지 의무 반영과 트래픽 경로 변경 등의 정보 제공만으로는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사업자 간 협의 의무 및 계약 변경에 대한 사전통보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망에 무임승차하면서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에는 ISP가 이용자 보호 및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공정 및 차별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가이드라인이지만 한계가 있는 점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망 이용대가 계약은 사업자 간 계약으로 계약 내용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가이드라인이 정부의 정책 시그널이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정부에 재정신청이 들어오면 가이드라인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