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어져 온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문제를 개선할 방법이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무정산 구간을 설정하고 접속요율을 인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인터넷 시장은 크게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등을 포함한 콘텐츠제공업체(CP)와 소비자가 통신사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ISP)에 요금을 지불하는 소매시장과 ISP 간 상호연결에 따른 대가를 주고 받는 도매시장으로 구분된다.
소매시장에서 이용자와 CP는 ISP에 통신망 이용에 대한 대가로 각각 초고속인터넷 요금과 인터넷 전용회선요금 등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다. 도매시장에서 ISP는 상호간의 연결을 위해 상호접속계약을 체결한다.
상호접속은 ISP 상호 간 인터넷 트래픽 교환을 위해 인터넷망을 연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와 CP는 한 통신사에 가입하면 전 세계에 산재한 콘텐츠 또는 다른 통신사의 가입자들과 접속이 가능해진다.
통신사는 인터넷망 상호접속에 따른 대가를 상호접속 협정을 통해 체결해 정산하는데, 이 절차와 정산방식은 모두 정부 고시를 통해 결정된다. 지난 2016년 정부는 데이터 중심의 통신환경변화를 반영해 트래픽 기반 정산방식을 도입하는 등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전반을 개편했다. 대형 통신사 간 접속료 정산방식도 기존 무정산에서 발신 트래픽량에 따라 상호정산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제도 개편 이후 통신사 간에 발생하는 접속료가 CP시장에 영향을 미쳐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CP입장에서는 ISP에 지불해야 하는 망 이용대가 부담이 커진 셈이기 때문이다. 대형 ISP 간 CP와 중소 ISP 유치 경쟁이 축소됐다는 문제 제기도 지속됐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인터넷 시장 전반의 경쟁상황을 확인·점검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CP와 통신사, 협회, 연구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제도개선 연구반을 구성·운영했다.
제도 개선방안은 크게 접속료 정산을 제외하는 무정산 구간을 설정하는 것과 접속통신요율을 인하하는 것,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번 이번 방안을 통해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는 접속료를 상호정산하지 않게 된다.
무정산 구간은 1:1.8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최근 1년간 주요 통신사 간 월별 트래픽 교환비율은 모두 1:1.5 이내였다.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비율이 1(A):1.8(B)라는 것은, A사에서 B사로의 발신 트래픽량이 100일 때, B사에서 A사로의 발신 트래픽량이 180이라는 의미다.
무정산구간이 1:1.8로 설정되면 통신사가 타사로 발신하는 트래픽이 상당수준 늘더라도 접속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통신사는 접속비용없이 CP를 유치할 수 있게 돼 CP 유치 경쟁이 활성화 될 수 있다. 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OTT,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혁신적인 신규서비스를 부담없이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접속요율 상한은 2년마다 설정되지만 그 비율은 2년에 구애받지 않는다"면서 "트래픽의 범위에 이상이 있거나 시장에 변화가 생기면 수정이 가능하도록 융통성을 갖겠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말했다.
또 과기정통부는 중계사업자, 케이블사업자 등 중소 통신사의 접속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접속통신요율을 인하하고, 사업자 간 상호합의가 있는 경우 계위 등을 달리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화하기로 했다.
접속통신요율은 매년 요율 별로 동일한 비율로 인하했는데, 이번에는 요율 간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요율 별로 인하율을 달리 설정한다. 연간 최대 30% 가량 인하된 수준이다.
나아가 과기정통부는 인터넷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접속통신요율 상한과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비율을 공개하고, 업계와 협의해 망 이용대가 추이를 수집·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 홍진배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은 통신사 뿐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라며 "다양한 인터넷 생태계 참여자들이 동반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