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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망중립성 시끌시끌 이유는

  • 2018.03.21(수) 17:45

5G땐 통신사·인터넷기업 경쟁 더 치열
과기부·방통위, 정부입장부터 정리돼야

망중립성을 둘러싼 갈등이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앞두고 커지고 있습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같은 조건에서 망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망을 깔아놓은 통신사와 활용하는 인터넷기업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통신사와 인터넷기업의 이 같은 갈등은 5G 망을 활용한 신사업에서 경쟁이 예고되면서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도 정리되지 않아 더욱 시끄러운 분위깁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5G 융합 시대, 새로운 망중립성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이 같은 갈등이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 5G 시대 이해관계 더 상충

 

통신사는 기본적으로 망중립성에 반대합니다. 일부 인터넷기업은 동영상 등으로 트래픽을 많이 일으켜 통신사의 망 투자 부담을 키우면서도 사용료를 적게 내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터넷기업은 사용료가 늘어나는 걸 꺼려 망중립성을 유지하길 바랍니다.

 

통신사와 인터넷기업의 갈등은 5G 상용화를 앞두고 더 커지는 양상입니다. 5G 망을 활용한 신사업에서 경쟁하면서 더욱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망으로 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는 4G 때부터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2G와 3G 때에는 음성 서비스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수준에 그쳤으나 4G 때부터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망이 곧 돈을 벌어주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5G 시대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드론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지는데요. 통신사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로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던 차에 망을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즉 5G 시대엔 통신사와 인터넷기업의 사업분야가 겹친다는 겁니다. 음성인식 스피커, 자율주행차 등 비슷한 사업을 내놓고 있는데요. 통신사 입장에선 신사업 경쟁자인 인터넷기업이 망을 손쉽게 이용하는 게 달갑지 않을 겁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 토론회에선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윤상필 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재주를 곰이 부리는데 왕 서방이 돈 벌 듯 통신사만 망 투자를 한다"며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은 30%인 반면 통신3사의 경우 평균 8%에 그쳐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카카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4%였으니 일부 기업의 통계로 일반화하지 말라"며 "아프리카TV는 연 매출액 1000억원도 안 되는데 망 사용료만 150억원을 낼 정도로 값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망중립성, 정부부터 입 맞춰야

 

정부 내에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망중립성을 둘러싼 갈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망중립성을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망중립성 폐기에 따른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방통위는 망중립성을 적용할 서비스의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망 투자 부담을 나눠야 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차별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시각입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토론회에서 "현재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동향을 지켜볼 것"이라며 "망 중립성을 두고 논쟁하기보다 5G 망 구축부터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5G 시대에 망 중립성을 통신사와 인터넷기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네트워크 특성을 반영할지, B2B 서비스에만 적용할지, B2C에도 할지, 자율주행차 등 5G 특화 서비스에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다른 입장을 드러내니 사업자간 혼선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부터 입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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