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사(ISP, 네트워크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업체(CP)간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만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양측 입장차가 뚜렷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G 시대 콘텐츠 기업의 생존전략 : 망 이용료 인하 방안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는 망 이용료 수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상호접속 고시 개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망 이용료란 인터넷기업이 통신사가 깔아놓은 망을 쓰는 대가로 내는 비용을 말한다. 크게 인터넷 연결을 위한 인터넷전용회선요금, IT 서버와 인프라를 임대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접속료,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콘텐츠를 저장한 후 전송하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접속료, 서로 다른 통신사 망을 이용하는 상호 접속료 등 4가지로 분류되는데 항목별, 통신사별 과금 방식이 달라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논란이 커진 것은 2016년 상호접속 고시 개정으로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망 이용료를 부담하도록 변경되면서부터다. 상호접속이란 통신망 상호간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이 가능하도록 전기통신설비를 물리적, 전기적,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통신사간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트래픽을 오가게 한다는 의미인데, 기존까지는 동일 계위에서는 접속료를 정산하지 않았지만 개정 후에는 상호정산하게 됐다.
이날 성균관대학교 김민호 교수는 접속료 정산방식 변경이 비정상적 규제 효과를 발생시키고 상호접속의 근본이념을 훼손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무정산 방식이 현재의 상호정산 방식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김민호 교수는 "상호정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ISP는 수익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없음에도 트래픽 정산대가를 새로운 비용원가로 인식하게 돼, CP에 대한 접속료 인상 요인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또 "전송 트래픽량에 따라 상호정산을 해야 하는 ISP 입장에서는 대용량 CP를 유치할수록 오히려 접속수지가 악화되는 이상 현상이 초래된다"며 "대용량 CP의 협상력은 저하되고 ISP 협상력은 높아져 망 이용료 협상이 불공정하게 이뤄질 개연성이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나셋 코퍼레이션 존 밀번 CTO 역시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망 이용료를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존 밀번 CTO는 "현재 통신사들은 정부에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하지만 트래픽이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며 "트래픽이 증가한다고 해서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역할은 공정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세금이 될 규정을 만들지 말고 효율적인 워치독 역할을 해달라"고 조언했다.
이에 반해 한양대학교 신민수 교수는 "ISP가 CP에 부과하는 네트워크 이용대가가 CP의 망 사용량에 연동돼 있어야만 지속적인 네트워크 개선과 투자라는 관점에서 적정 수준을 반영할 수 있다"며 망 이용료 관련 정책 수립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CP들은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수 조원의 유치비를 들여 확보한 국내 인터넷 가입자 기반을 아무런 대가 지불 없이 저가의 전용선 비용만 부담하고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무임승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래픽 기반 정산은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대가 부담을 회피해온 대형 글로벌 CP 이슈와 관련해 유의미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국내 CP망 대가 부담 이슈를 이유로 그간 지적된 문제에 대해 다른 대안도 없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5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긴밀하게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며 연말까지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