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 8월22일 열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붙은 이름이다. 이는 2016년부터 약 3년간을 끌어온 분쟁인데다 향후 국내 통신사업자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와의 망 이용료 협상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송 쟁점과 결과를 살펴본다. [편집자]
2016년 페이스북은 원활한 데이터 접속을 위해 미리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접속 속도를 높이는 '캐시서버'를 KT에 두고 있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는 KT가 대신 데이터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런데 정부가 2016년 상호접속 고시를 개정하며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망 이용료를 부담하도록 변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망 이용료란 인터넷 기업이 통신사 망을 사용할 때 내는 대가, 즉 통신사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KT 캐시서버를 통해 상호접속했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그러나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에 전용 캐시서버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망 이용료는 부담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페이스북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 경로를 협의 없이 미국, 홍콩 등 해외로 변경해버렸다.
결국 피해는 이용자들의 몫 이었다. 해외서버로 접속 경로를 바꾸면 국내 캐시서버를 이용하는 것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방통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일방적 접속 경로 변경 이후 네트워크 응답속도는 SK브로드밴드 고객은 4.5배, LG유플러스 고객은 2.4배씩 각각 느려졌다. 속도 저하로 인한 이용자들의 민원도 평소 대비 100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은 2017년 10월부터 11월까지 서버를 원상태로 복귀시켰다.
방통위는 이같은 행태를 조사한 뒤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가입자의 인터넷 접속 경로를 해외로 임의 변경해 접속을 지연시킴으로써 이용자 불편을 일으킬 정도로 통신 품질이 저하됐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용자 이익 침해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방통위 조사가 시작되자 페이스북은 저자세로 대응하는 듯 했다. 본사 부사장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한국법을 충실히 따르고 세금을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행정처분이 결정되자 페이스북은 돌변해 과징금 처분에 불복, 이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접속 경로 변경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고, 이용을 제한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페이스북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페이스북 이용자의 응답속도가 2.4배 또는 4.5배 느려진 것은 현저한 이용자 피해라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