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통신사들의 케이블TV업체 인수합병(M&A)에 속도가 붙자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가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KT는 딜라이브 등 매물로 나온 케이블TV 인수의지를 국회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동시에 KT는 M&A를 하더라도 유료방송 시장내 영향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데요. 이는 경쟁 통신사들이 케이블TV 1~2위 업체를 품으며 바짝 따라붙은 만큼 KT가 나머지 매출업체 중에서 한군데를 M&A 하더라고 점유율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합산규제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사 M&A에 대응하려는 KT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 '시장 달라졌다' 좁혀진 격차 강조
유료방송 점유율 30.8%를 차지하는 KT는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사업자의 점유율을 전체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게 한 합산규제 때문에 M&A를 하지 적극적으로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6월 합산규제가 일몰됐지만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재도입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KT는 국회에 합산규제 재도입 반대 입장과 함께 딜라이브 등 현재 매물로 나온 케이블TV업체 인수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예를들어 KT가 딜라이브를 M&A해도 유료방송시장내 영향력이 막강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KT와 KT 스카이라이프는 점유율 30.8%를 차지해 SK브로드밴드(14%), LG유플러스(11.4%)와 각각 약 17~19%포인트 격차를 벌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LG유플러스가 CJ헬로(13%)를 인수하면 단숨에 유료방송 시장 2위(24.4%)로 도약합니다. SK브로드밴드도 티브로드(9.9%)와 합병하면 점유율 23.9%가 돼 근소한 차이로 따라붙게 되고요.
이 경우 KT가 딜라이브(6.5%)를 M&A 하면 점유율 37.3%가 됩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과 약 13~14%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즉 KT의 M&A가 성공한다고 해도 작년보다 경쟁업체와 점유율 격차는 줄어든다는 논리지요.
◇ 국회 부정적 시각 의식중
이 같은 KT의 논리는 KT의 시장점유율 상승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일부 의원들은 합산규제 재도입 불발 시 KT가 유료방송 시장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 자칫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지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보내고 있는데요.
최근엔 합산규제 재도입을 막으려면 KT스카이라이프를 계열 분리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KT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KT스카이라이프를 독립시켜 공공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KT의 점유율을 낮추자는 겁니다.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을 피하기 위해 KT는 M&A를 추진해도 시장 격차가 커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데요. 합산규제 재도입을 막는 것은 물론 M&A를 꼭 추진해 시장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계산입니다.
한편 KT를 제외한 나머지 통신사들은 합산규제 재도입에 찬성하면서도 미묘한 속내를 감추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추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산규제 유지를 강하게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료방송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를 어떻게 결론 지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