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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서 날아든 '계열분리' 경고장

  • 2019.01.24(목) 14:04

과방위 법안소위, KT-스카이라이프 계열분리 의견내
내달 법안소위때 과기정통부·KT 어떤 의견낼지 주목

2015년 2월23일 오전 10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실. 수 년째 논란이 돼 왔던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통과됐다.

 

합산규제는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와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곧이어 합산규제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시행됐다. 다만 3년 일몰 규정에 따라 2018년 6월27일 사라졌다.

 

작년 일몰 당시 규제를 연장시킬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몇몇 의원들이 합산규제 재도입 법안을 발의했고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 위원들도 대폭 바뀌면서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논의가 다시 본격화 됐다.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신호탄이 됐다.

 

이날 회의가 시작되고 두 번째 안건으로 올라온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에 관한 규제인 이른바 합산규제에 관한 전문가 의견청취'가 진행됐다.

 

그런데 갑자기 합산규제와 연관성 없어 보이는 KT스카이라이프 계열 분리 이슈가 떠올랐다.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합산규제 어떻게 생겨났나

 

2015년 합산규제가 논의될 당시 방송법과 IPTV법에 따르면, 유료방송 플랫폼 별로 시장점유율 규제가 달랐다.

 

케이블TV의 경우 방송법에 따라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가입가구 수의 3분의 1, 전국 방송권역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됐다. 전체 케이블TV 가입가구 수가 약 1500만 정도임을 감안하면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최대 500만 가구를 넘어서지 못한다. 또 전국 77개 방송권역 중 25개를 넘어서도 안된다. 때문에 CJ헬로비전(현 CJ헬로), 티브로드, 씨앤앰(현 딜라이브)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싶어도 한계가 따랐다.

 

반면 IPTV의 경우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IPTV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유료방송 시장(약 2400만명)을 기준으로 3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동일한 3분의 1 규정이지만, 모수가 다르다. 위성방송은 시장점유율 규정이 아예 없다. 이에 따라 IPTV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는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점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TV, 위성방송 등과 함께 유료방송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정경쟁 환경조성 및 규제 형평성 확보 요구가 제기됐다. 특히 ICT 융합이 활성화 되면서 방송사업자가 인터넷 영역으로, 인터넷 사업자가 방송 영역으로 진입하면서 유료방송 산업에 대한 정비가 필요해졌다.

 

이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합산규제 법안이었다. 즉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도 같은 유료방송 테두리에 넣자는 것이다. 또 계열사 형태의 특수관계인 집단에 있다면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 집단을 하나로 보고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점유율 제한을 두자는 논리였다.

 

다만 합산규제에 당장 해당되는 사업자는 KT(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 포함) 하나였다. 때문에 KT와 반(反) KT진영이 형성되기도 했다.

 

◇ 합산규제 논의서 갑자기 나온 '계열분리'

 

이렇게 생겨났던 합산규제는 3년 일몰로 2018년 사라졌다. 그 뒤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지난 22일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다시 시작됐다.

 

과방위 법안소위는 이날 이해관계자들의 진술을 들었으나 재도입 여부를 결론 짓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정부기관은 규제 재도입을 반대 입장이고, KT 경쟁 진영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표면상 '중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TV 진영은 사업자 마다 의견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일부에선 재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KT스카이라이프(시장점유율 10.19%)는 공적 기능이 있으니 이를 분리 독립시키면, KT도 점유율이 크게 줄어 합산 규제에 걸릴 일이 없고 소모적 논란도 불필요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국회가 합산규제 재도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KT의 KT스카이라프 계열분리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다시 열릴 법안심사소위 때 까지 과기정통부는 KT의 KT스카이라이프 계열분리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2018년 상반기 기준 KT의 유료방송 합산 점유율은 약 30.9%(IPTV 20.7%, 위성방송 10.2%) 수준이다.

 

▲ 24일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자체제작 한국드라마 '킹덤' 간담회겸 시사회에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당황한 KT…이해관계자 움직임 빨라져

 

이에 대해 KT는 당황한 기색이다.

 

KT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에서 KT스카이라이프 공공성 제고 방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과기정통부가 만들어 낼 의견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2월 열릴 법안소위에서 국회는 어떤 입장을 밝힐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만약 KT가 계열 분리를 통해 KT스카이라이프의 경영권을 포기하게 된다면 KT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20.7%로 떨어지게 된다.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딜라이브를 인수해도 합산점유율은 27% 수준이다.

 

또 KT스카이라이프의 계열분리 의견을 반대한다면 자칫 합산규제는 재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합산규제 재도입이나 이를 조건으로 계열분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세가 뜨거운 만큼 국내 사업자의 발목만 묶는 규제는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회 과방위는 다음달 법안심사소위를 다시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어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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