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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인가]上 국민 대다수, 잠재적 중독자 만든 꼴

  • 2019.05.28(화) 16:35

게임 이용자를 치료 대상화…'산업 위축 우려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새로운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게임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WHO의 개정안은 오는 2022년부터 발효되고, 국내 도입은 오는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행위가 질병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셧다운제'(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를 넘어서는 더욱 강력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게임 산업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게임 산업뿐만 아니다. 최근 상용화한 5G의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게임과 관련 있는 콘텐츠 산업에도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싼 논란과 대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 WHO, 게임 과몰입은 '질병'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게임 과몰입을 정신적 질병의 일종인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라며 11차 국제표준질병분류기준(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ICD)에 등재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게임 이용 장애는 '충동적으로 하며 다른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결과로 극심한 고통이나 임상적 손상을 갖는 것'으로 정의된다.

게임 과몰입은 중독적 이용을 유발할 수 있고, 중독의 지속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다양한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질병 개념 형성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질병 코드가 부여되면 각국 보건당국은 관련 통계를 발표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계획을 세워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

국내 게임 업계는 이번 WHO의 결정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정안의 발효는 오는 2022년부터이고 국내 적용은 오는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산업 자체까지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은 "과거 국내에서 게임을 마약이나 알콜과 같은 중독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강력한 입법이 시도돼 사회적 논란이 됐었다"며 "이번 WHO의 의결을 계기로 강성 법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게임은 콘텐츠 산업 핵심

국내 게임 업계는 이번 WHO 결정에 따른 영향이 유난히 심각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은 75억달러로 전체의 56.6%에 이른다. 이는 방탄소년단(BTS) 등 K-팝으로 대표되는 음악(6.8%)보다 8배 이상 크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WHO 결정으로 우리나라가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게 되면 게임 산업이 위축돼 향후 3년 동안 1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임상혁 회장은 "인공지능(AI)이나 VR, AR, 자율자동차 등은 게임의 원리에 기초한 인터랙션을 이용하고 있다"며 "규제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게임뿐만 아니라 IT 산업, 제조업 등 전체에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게임에서 킬러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블록체인 분야와 같이 게임과 연관성이 있는 다양한 분야에 널리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WHO가 이번 개정안에서 게임 과몰입의 대상을 '인터넷 게임'으로 한정한 점은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세계적 게임사를 보유한 온라인 게임 강국에 유난히 불리한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수많은 게임 업계 종사자들 역시 중독성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는 인식에 따른 위축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수년 전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을 전국 남녀노소가 즐겼고 해당 개발사는 코스닥 상장까지 하는 등 게임 문화와 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의 경우 누구나 잠재적 게임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WHO의 이번 개정안은 게임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결정이므로 근본적인 인식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G식백과'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유튜버 김성회 씨는 "게임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희곡, 1900년대의 TV와 같은 진화하는 놀이 문화로 봐야 한다"며 "사람들이 TV를 바보상자 라고 했으나 TV를 본 인류가 퇴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영순 건국대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도 "게임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므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게임에 몰두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어 게임을 하는 사회적·심리적 요인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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