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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 어쩌나'…게임업계 한목소리 나올까

  • 2019.06.28(금) 16:57

전향적 정부 태도에 발 맞춰야
내달중 게임사 의견 모을 전망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정신적 질병의 일종인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로 규정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규제 개선안을 제시하는 등 연일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우호적 환경에서 WHO 결정의 영향을 더욱 최소화하려면 게임 업계의 자정 노력도 요구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나 업계의 이해관계 역시 복잡해 쉽지는 않아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의 질병코드 지정에 반대하는 공동대책 위원회(공대위)는 내달 중으로 게임 업계 자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게임 업계와 만나 이같은 사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내달 중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임사마다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한목소리의 대책이 원활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확률형 아이템으로 돈을 버는 곳이나 고스톱·포커 등 고포류에 경쟁력이 있는 게임사는 적극적 자정 노력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게임사마다 덩치나 사정도 천차만별이어서 여력도 많은 차이가 난다.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괜히 찍힐 수 있다'는 이유로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 어렵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성을 높이는 일도 벅차다.

이런 복잡성을 반영하듯 지난 5월29일 공대위가 발대식을 열 당시에도 자정 계획이 담겨 있지 않았다. 게임 업계 주장이 설득력과 사회적 공감을 얻으려면 자성의 목소리도 필요했다. 이에 공대위는 이달 중으로는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게임 산업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 맞춰 업계도 빠르게 자정 노력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게임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연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셧다운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성인 월 50만원의 결제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월 결제한도는 등급 분류제와 연계해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의 상한을 두고 시행되어 온 것으로 '그림자 규제이자 다른 분야와 비교해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반발이 있던 것이다.

오전 0~6시까지 만 16세 이하 청소년은 게임을 못하게 하는 셧 다운제는 청소년 프로게이머가 글로벌 e스포츠 경기 도중 게임을 못하게 되는 문제를 보여주면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규제로 세계적 눈길를 끌기도 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부모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 게임 셧다운제를 피할 수 있는 그런 형태로 추진할 것"이라며 "여가부와 문체부는, 그러니까 정부부처 간에는 다 합의가 됐고 공감대를 갖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변화가 있으나 일부 학부모 단체 등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으므로 게임 업계의 자정 노력 역시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정부도 지적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번 개선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는 문구에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강화와 병행'한다는 전제도 넣어뒀다.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이와 관련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할 것"이라며 "(찬반측이) 서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풀어가야 하고, 이는 여가부와 함께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업계가 자율적으로 자정 노력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정부가 방향을 틀어 다양한 제재를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규제 개선안이 나온 지난 26일만 해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플, 펍지, 스마일게이트, 웹젠 등 10개 게임사들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10개 게임사는 공정위 심사 이후 '선물한 아이템의 상대방 수령 전 청약 철회·정당하게 환불 받을 권리·게임사 책임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게임 내 교신 내용 무제한 열람 금지' 등이 가능하도록 시정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 업계의 의견을 모아 결제 한도 폐지에 대응하는 자정 노력을 내놓은 것과 같은 노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게임업계는 PC·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안에서 본인의 소비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가한도 시스템을 구축·도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면서도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므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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