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게임, 질병인가]下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

  • 2019.05.29(수) 17:39

공대위, 상복입고 대책발표
자정 노력도 내달 중 발표

WHO가 게임 장애(Gaming Dosorder)를 질병코드로 지정한 것에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9일 발대식을 가졌다. [사진=김동훈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새로운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게임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WHO의 개정안은 오는 2022년부터 발효되고, 국내 도입은 오는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행위가 질병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셧다운제'(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를 넘어서는 더욱 강력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게임 산업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게임 산업뿐만 아니다. 최근 상용화한 5G의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게임과 관련 있는 콘텐츠 산업에도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싼 논란과 대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 상복 입은 게임인들…

29일 오전 11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속속 모였다. WHO가 게임 장애(Gaming Dosorder)를 질병코드로 지정한 것에 반대하는 공동대책 위원회(공대위) 발대식에 참석한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게임은 한류의 원조이기도 한데, 뭘 그렇게 잘못한 것인가 하는 회한과 자괴감을 느낀다"며 "(WHO의 결정은) 젊은이의 문화, 미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게임 문화에 대한 반감과 멸시의 결과다. 게임에 대한 장례를 치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장 등이 게임의 질병 코드 지정에 관한 애도사를 낭독했다.

특히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은 "'왜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개발하지 못하냐'고 말할 때도 우리는 e스포츠의 종주국이고 게임 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의 이 자부심은 과거의 영광이 될지 모른다"고 한탄했다.

게임 장애의 질병코드 지정에 반대하는 공동대책 위원회(공대위)가 애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 정부에 범부처 협의체 구성 제안

이날 모인 89개 게임 관련 단체들은 10가지 향후 대책도 발표했다. WHO의 결정을 뒤집거나 국내 적용을 막기 위한 시도로 요약된다.

우선 공대위는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게임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와 관련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면서 "문체부, 복지부와 같은 부처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가 있는 모든 부처들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적용되면 국방부도 병역 문제와 관련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중기부는 게임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므로 범부처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대위를 상설 기구화하고, 사회적 합의 없는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도입 강행시 법적 대응도 검토하기로 했다.

◇ WHO 보다 韓정부 입장 더 중요

공대위가 이처럼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대위는 법적 자문을 구한 결과 WHO의 결정을 한국정부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WHO 입장을 옹호하는 보건복지부 대상으로 인식전환을 시도하겠다는 노력이다.

공대위는 조만간 보건복지부 장관을 항의 방문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국회의장과도 면담해 게임 업계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는 게임 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글로벌 규모의 학술 논쟁의 장도 마련해 WHO 판단과 관련 국제사회의 인신전환도 유도할 방침이다.

이밖에 온라인을 통한 여론전도 펼치기로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는 안을 검토하는 한편 게임 질병코드 도입의 영향을 상세히 안내하는 내용을 제작해 배포하고, 파워블로거·유튜버 등과 연대 활동도 진행한다. 게임 질병코드 관련 온라인 모니터링팀도 조직해 잘못된 정보 유통 등을 감시하기로 했다.


◇ 자정노력도 내놓는다

다만 공대위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는 주요 게임사 차원의 대응이나 게임 업계 자체의 자정 노력은 담겨있지 않아 보완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게임 업계의 주장이 학부모, 의료계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로부터도 설득력을 발휘하려면 이같은 조치 역시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업계가 다양한 형태로 온라인 여론전을 펼쳐도 주요 반대 세력이 귀를 닫고 마음을 열지 않으면 업계의 노력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청소년의 주요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데다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핵심 수출 상품으로 성장했다. 또 프로게이머·유튜버·개발자 등 다양한 직업도 만들고 있으며 이번 질병 코드 부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고 주장한들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유명 유튜버인 'G식백과'(본명 김성회)는 지난 28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개최한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게임의 사행성 문제 등은 업계가 자성할 것은 자성하고 앞으로 진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임이 나왔다고 부모님께 말할 수 있는 게임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정현 회장도 공대위 발대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게임 중독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업계의 자정 노력 역시 게임사들과 논의해 내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리즈 끝]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