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이 2006년 시행 이후 15년 만에 첫 전면 개정을 앞두고 있다. 그간 게임산업법은 게임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임에도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게임산업과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서울 강남구 넥슨아레나에서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게임산업법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문체부는 게임법 전부 개정안의 초안을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토론회 결과와 게임업계 등 관계기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 마련 및 게임 콘텐츠 중장기 발전 방안 수립 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개정안 연구 용역을 담당한 김상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해당 법률은 게임산업 진흥이 아닌 '게임 규제에 관한 법률'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며 "산업 진흥을 보장해주고 규제는 이용자보호 측면에서 진행하되 그것이 산업 저해 방향이 아닌 발전 방향 범위에서만 이뤄지는 것을 전제에 두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사행성·중독… 부정용어 삭제
개정안 초안을 세부적으로 보면, 법률 제명이 기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변경됐다.
법률 제명 변경 배경에 대해 김상태 교수는 "진흥 관련 유사법률을 분석해본 결과 규제 내용은 극히 일부였다"며 "진흥에 대한 역할을 충분히 못 하고 있는데 진흥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규제를 뺄 수는 없는 상황이라 다른 제명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률 내 '게임물'이라는 표현도 '게임'으로 변경됐다. 시대 변화와 함께 새로운 형식, 플랫폼 기반 게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유체물로 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송수신 가능한 콘텐츠에 대한 수동적 이용에 그치기보다는 실제 이용자들이 상호작용 하는 경우를 게임으로 구분짓는다.
사행성 게임, 중독, 도박 등 법률 전반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줄 수 있는 용어들도 삭제했다. 특히 사행성 게임의 경우 현행법처럼 정의를 별도로 둘 경우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삭제를 결정했다.
정정원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사행성은 재산상 이익의 득실 가능성을 전제 하고 있어 개념 본질상 원칙적 금지의 대상"이라며 "사행성 게임은 애초부터 게임산업법 상 게임물 개념 범위에 포섭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게임이 게임산업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온라인게임으로 통합하고 이를 제공하는 사업 형태를 '온라인게임제공사업'으로 정의했다.
게임 진흥 방안 보완…이용자 보호 규정 신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게임도 하나의 문화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김상태 교수는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법 반영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을 준비했다"고 제언했다.
먼저 '게임문화의 날'을 지정한다. 사회에 만연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게임을 향유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한 셈이다. 여기 더해 ▲게임산업협의체 구성 ▲게임산업진흥시설 지정 ▲게임산업진흥단지 조성 ▲한국게임진흥원 설립 근거 보완 및 마련 등도 추가됐다.
게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의무 규정도 신설됐다. 이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게임제작사업자등의 표시 의무에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했다.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제공되는 VR 시뮬레이터 등과 같은 새로운 게임 기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안전관리 의무도 새롭게 추가됐다. VR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HMD(독립형 무선 헤드셋)기기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자율규제 지원 규정 마련
자율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전세계로 서비스되는 ICT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정부 규제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지닐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갖추고 정부가 그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추가했다.
또 기존 2단계로 나눴던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 분류를 4단계로 개선했고 청소년시설제공사업은 전체이용가, 12세, 15세까지 게임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 불가 등급 표현물을 제외한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제공을 가능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또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은 등급분류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법률과의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할 경우 게임법을 우선으로 적용토록 하는 관계 조항도 신설했다. 김상태 교수는 "게임산업법은 게임이 중심이 된 법률임에도 다른 법령보다 우위에 있지 않았다"며 "이번 조항 신설로 인해 게임산업법이 게임에 대한 기본법이자 일반법임을 공표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확률형아이템·자율규제 규정 미흡 지적
이날 토론에서는 확률형아이템과 자율규제 관련 규정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정정원 연구원은 "확률형 아이템은 유료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 중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개념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우연성이 작용해야 한다"며 "우연성의 판단 기준과 범위 등을 어떤 수준과 방식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는 개정안의 확률형 아이템 정의가 실제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어렵고, 게임 아이템의 범위도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이병찬 변호사는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에게 항상 동일한 아이템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에 따라 각기 다른 아이템이 제공되는 것인데, 이같은 정의가 반영돼 있지 않아 확정형 아이템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게임 아이템은 확률형 아이템의 상위 개념인데도, 게임의 진행을 위해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라고 규정했다"며 "이 경우 꾸미기 아이템과 같이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아이템은 게임 아이템에 포함되지 않아 확률형 아이템에도 해당하지 않는 오류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서종희 건국대학교 교수는 자율규제 조항에 대해 "자율규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명문화를 통해 활성화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가장한 채 사업자에게 연막탄을 터트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자율규제에 관한 조항 자체가 없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율규제를 신설하려면 활성화를 위한 수단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목적 규정에 자율규제 장려 등을 첨가하고 게임산업진흥 기본계획 수립 사항에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자율 규제 활성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김용삼 문체부 차관은 "올 상반기 중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진흥 계획을 수립하고 21대 국회에서 새로운 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