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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질병' WHO판단, 과몰입 감소효과 없다

  • 2020.05.28(목) 16:25

유병준 서울대 교수 연구결과 발표
게임산업 3.5조원 축소·취업 3.4만명 감소 예상
언택트 활성화 따른 게임산업 성장 제동 우려

게임이용 장애 국내 도입이 게임 과몰입 해소라는 본래의 목적 달성보다 게임산업을 도태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임 과몰입을 정신적 질병의 일종인 게임이용 장애로 구분하면 국내 게임 산업이 연 3조5000억원 이상 축소되고 3만4000명이 취업 기회를 잃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28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백유진 기자]

게임산업 3.5조원 매출 감소 예상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8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로 인해 연평균 최대 3조5206억원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수 있으며, 게임 제작 산업 위축에 따른 불필요한 수입액이 연간 8648억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로 인한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담배, 만화 등 산업의 속성이 유사한 산업을 선정해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코드화와 같은 제재를 받은 전후로 발생한 변화를 측정했다.

유병준 교수는 "현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셧다운제와 같이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코드로 분류된다면 원래 원했던 취지가 실현되기 어렵고, 오히려 게임 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이어질뿐만 아니라 국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또 "나아가 이는 게임 산업 축소에만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 축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일자리 감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간접적인 사회적 비용까지 추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4만명 일자리 잃는다

고용창출 측면에서는 약 3만4007명이 고용기회를 잃어 청년 실업 문제를 가중시킬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대해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실장은 "게임 질병코드 분류 문제는 가치판단 대상이 일자리 고용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일자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며 "게임업계 종사자의 경우 평균 연령이 낮기 때문에 청년층에 부정적 여파가 집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게임산업에서의 직접 영향 외에 타 산업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간접 영향도 클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질병 분류에 따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부담금은 연간 약 7000억원, 전체 게임 사용자 대상 의료관련 예산은 최대 1131억6300만원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 이후 질병 코드화의 대상이 게임을 넘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유병준 교수는 "질병코드 적용 대상이 인터넷,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광역의 형태로 확산되면 이에 대한 부담금은 연간 1416억원"이라며 "이는 인터넷 산업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몰입 해소 효과 적은데"…규제 실효성 의문

게임질병코드 찬성 측에서는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경제 후퇴 우려보다는 개인의 과몰입 해소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질병코드 도입은 개인과 경제에 대한 우위를 따지는 것이 아닌, 또 다른 규제의 도입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병준 교수는 "이미 게임산업에서는 게임질병 관련 재단을 설립하고 치료를 지원하는 등 해결안을 내놓고 있으며, 이같은 문제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제를 더했을 때 취지와 다른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연구팀이 전국 20~59세 성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게임 질병코드 분류 후 게임 비용이 증가할 경우 정상 이용자는 소비를 줄이고 과몰입군은 줄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과몰입군은 정산집단에 비교해 게임의 이용 감소가 없고 게임 비용 추가 지출까지 예상되기 때문에, 과도한 게임 이용이 질병으로 분류되더라도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웹보드 게임 규제 당시에도 게임 산업이 깨끗해지면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산업이 반토막 났고 해외로 매출이 빠져나가는 풍선 효과까지 나타났다"며 "정책에 대한 효과 없이 산업만 죽는 결과가 또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일갈했다.

이형민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실제 게임 과몰입의 원인은 게임 콘텐츠보다는 이용자가 가진 정신병리학적 이유가 주요하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의견"이라며 "원래 우울증이 있던 사람이 게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어 "한국·미국·일본의 국제 인식 비교 연구에서도 한국에서 낙인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이나 인식을 고려할 때 질병코드가 도입되는 순간 더 큰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언택트 대표 수혜주…규제 아닌 진흥 필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언택트) 활성화로 게임산업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게임 산업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전국민의 65.7%가 게임을 이용하는 만큼 게임은 일상적인 문화이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게임은 의료학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놀이·여가 문화 등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최근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도 코로나 관련 미디어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시 게임을 권고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이슈에서 게임의 역할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규제를 좀 더 풀어서 게임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병준 교수 역시 "현재 시가총액 등 시장 상황을 보면 게임산업은 기존 전통 산업과 비등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게임산업을 더이상 규제할 산업으로 보지 말고, 지원과 진흥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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