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한류의 차세대 콘텐츠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선두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시장 선점에 이어 만화 강국인 일본을 비롯해 미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며 수익 창출에 힘쓰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웹툰 플랫폼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다음은 최초 포털 웹툰 서비스인 '만화 속 세상'(다음웹툰)을 선보였다. 네이버가 웹툰 탭을 네이버 포털에 추가한 것은 2004년이다. 이후 유료 웹툰 플랫폼이 첫 도입된 것은 2013년부터다.
시장이 형성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코트라가 '디지털 만화 해외진출 전략' 보고서에서 추정한 2017년도 기준 국내 웹툰 산업 규모는 약 1조1099억원에 달한다. 이는 네이버웹툰의 무료 트래픽까지 금액으로 환산해 대입한 규모다.
기준을 달리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17년 웹툰 시장 규모는 2826억원으로 추정된다. 무료 트래픽을 제외해 다소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가 오는 2021년까지 약 1조5500억원(13억 달러)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사실 웹툰 서비스는 수익 창출보다는 단순히 포털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의미가 컸다.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무료로 배포되면서 웹툰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은 다소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2014년 카카오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시작한 유료 콘텐츠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웹툰도 하나의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는 이용자가 특정 작품을 본 시점부터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보면 요금이 부과된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못 참는 이용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셈이다. 신규 유저를 끌어모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면서 결제 유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카카오페이지는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도입한 후 2014년 거래액 130억원에서 지난해 2190억원으로 증가했다. 카카오페이지 매출은 2015년부터 연평균 84% 늘었고, 영업이익은 2016년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가 아닌 유료 콘텐츠 판매에서 창출된다.
이에 비해 네이버웹툰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1위 포털 운영사답게 트래픽으로 따지면 압도적인 국내 1위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1위 포털 운영사답게 네이버웹툰의 월평균 UV(순방문자수)는 1억2000명, PV(페이지뷰)는 13억으로 UV는 다음 웹툰의 7배, 카카오페이지의 4배고 PV는 다음 웹툰의 10배, 카카오페이지의 8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네이버웹툰은 아직까지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영업수익 341억과 영업손실 381억을 기록한 바 있다.
초창기 네이버는 압도적인 트래픽을 내세워 작품 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전략을 내세웠다. 웹툰 전용 이미지형 광고를 만들거나, 웹툰 내 PPL을 진행하는 식이다. 다만 이같은 방법으로도 네이버웹툰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에 네이버는 카카오의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와 비슷한 '너에게만 무료' 서비스를 시리즈 앱에 탑재했다. 시리즈는 기존 네이버북스를 개편한 앱으로 웹툰과 디지털 만화, 웹소설을 동시에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너에게만 무료 서비스 도입 후 네이버 시리즈의 매출도 유의미한 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 이민아 연구원은 "네이버웹툰은 2017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정확한 분기 거래액과 매출을 파악할 수 없으나, 네이버의 전체 콘텐츠 플랫폼 매출이 2018년 9월 이후 증가한 점에서 너에게만 무료 수익 모델 도입 효과를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네이버웹툰 적자의 원인은 해외 지역 마케팅비 확대 등 공격적인 투자 집행에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웹툰, 시리즈 등을 넘어 해외로도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라인웹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영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등 6개 국어로 번역된다.
특히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며 북미 지역에서는 월간활성이용자(DAU) 300만명을 넘어서며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콘텐츠 기반으로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중"이라며 "현재 웹툰 글로벌 거래액은 50% 이상 증가했고 미국의 경우 전 분기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을 분사하기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매년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 국가별 앱을 개발하고 언어권별 번역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등 국가별 선점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왔다.
대신증권 김수민 연구원은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미리보기 유료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보이는 중으로 하반기 본격적인 매출 창출이 예상된다"면서 "아직까지는 해외 마케팅 확대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 중이나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 역시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16년 일본 현지법인 카카오 재팬을 통해 웹툰 서비스' 픽코마'를 론칭했다. 국내서 수익 창출에 성공했던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 시장 안착에 성공, 디지털 만화 플랫폼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유료 웹툰 플랫폼 '네오바자르'를 인수한 바 있다.
특히 카카오는 웹툰과 웹소설에 기반한 2차 콘텐츠 생산에도 집중하고 있다. 약 1000개 이상의 IP(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함으로써 웹툰 원작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017년 드라마 제작사인 메가몬스터를 인수, 음악·영상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카카오M과 협력해 드라마 제작 사업을 본격화 했다. 이달 말 넷플릭스와 협업한 '좋아하면 울리는'을 시작으로 '해치지 않아 '이태원 클라쓰' 등 다양한 IP 작품의 영상화가 예정돼 있다.
이민아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지는 CP 유통, 독점 공급에서 나아가 만화 및 소설 출판 업체를 자회사로 영입해 IP를 가져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투자 회사를 통해 양질의 IP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여러 2차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