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웹툰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천억원의 사업 자금을 웹툰 관련 자회사에 몰아주고 카카오의 지상 과제인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첨병도 사실상 웹툰을 콕 찍었다.
◇ 웹툰 사업으로 일본서 '훨훨'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카카오의 만화 앱 '픽코마'의 거래액은 13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7%나 증가했다. 올해 연간 누적 거래액도 전년보다 168% 늘어난 270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폭풍 성장의 원동력은 픽코마가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면서다. '만화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만화시장은 5조7000억원 규모로 미국, 중국보다 4~5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과 같은 디지털 만화시장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기에 향후 전망도 밝다.
카카오 웹툰 사업이 성과를 내는 배경은 '기다리면 무료'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도 한몫했다. 카카오는 국내외 웹툰 사업을 하는 카카오페이지와 일본에서 웹툰 사업을 벌이는 카카오재팬에 최근 2년 사이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지난해 7월 카카오페이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37억원 규모의 출자를 했고, 2018년 9월에는 포도트리(현 카카오페이지)에 현물출자하고 해당 가액인 1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했다. 카카오재팬에도 2018년 5월에 799억원을 출자했다.
만화 관련 외국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최근까지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는 일본 만화 관련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에 전략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3분기 현재 지분율을 7.63%(1676억원)까지 확대했다.
카카오페이지도 2018년 말 인도네시아 웹툰 기업 '네오바자르' 지분 68%(138억원) 인수에 나서 최대주주가 된 상태다. 최근까지 지분율을 꾸준히 늘여 현재는 카카오페이지가 네오바자르 지분 75%, 카카오게임즈가 15% 정도를 갖고 있다.
장기간 공을 들인 투자도 있다. 카카오는 6년 전부터 북미 지역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 지분도 꾸준히 확대해 3분기 기준 10.27%(25억원)도 확보했고 최근에는 최대주주가 됐다. 타파스의 월 이용자 수(MAU)는 300만명이고 8만종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달에 타파스 최대주주에 올라 해외 관계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콘텐츠를 타파스에 지속 공급해 북미 시장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급한 작품 14개로만 10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발생했다.
◇ 일본 거점의 카카오 vs 미국 네이버…글로벌 시장 성과 '기대'
카카오는 이처럼 일본을 거점으로 삼고, 중화권과 북미, 인도, 동남아 시장 등으로 발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경쟁사 네이버 웹툰이 북미를 거점으로 남비, 유럽 시장을 공략중인 것과 전략상 비교되는 대목이다. 네이버 웹툰은 미국 법인 'Webtoon Entertainment'를 거점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유럽·남미 MAU만 550만명이 넘었다.
카카오의 글로벌 웹툰 사업은 이 회사의 숙원 사업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카카오는 경쟁사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일본 시장을 장악한 것과 달리 플랫폼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각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톡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특정 사업자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카카오의 핵심 플랫폼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해외 사용자는 3분기 기준 약 650만명으로, 이를 모두 재외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라도 봐도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카카오 최고경영진도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 아닌 웹툰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본다는 판단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성과가 네이버 대비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플랫폼보다는 픽코마 등 콘텐츠 부문에서 가시적인 글로벌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