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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보는시대에 '듣는서비스' 나오는 이유

  • 2019.09.25(수) 16:22

오디오 시장 역설적 성장 '멀티태스킹' 이점
네이버, 오디오 쇼 '나우'로 시장 장악 나서
본격 수익창출은 아직… '나만의 콘텐츠' 의미

지난 2016년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인 주커버그는 "향후 5년 안에 동영상이 글과 사진을 뛰어 넘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비디오 퍼스트(Video First)' 시대다. 활자나 이미지 만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우리는 동영상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이를 통해 소통하는 진정한 비디오 퍼스트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는 '오디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AI) 스피커나 커넥티드 카 등 오디오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비디오 시장의 높은 성장세로 주춤할 것 같던 오디오 시장이 역설적으로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해외부터 국내까지…오디오가 뜬다

이같은 오디오 시장의 성장세는 해외 시장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미국인터넷광고협회(IAB)와 시장조사기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팟캐스트 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4억7910만 달러(약 5747억원)를 기록했다. 나아가 향후 이같은 성장세는 계속 이어져 2021년 10억 달러(1조2000억원)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시장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미국 팟캐스트 서비스의 월 이용자수는 지난해 기준 5억명에 달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인구 중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적어도 한 번 청취한 비율은 처음으로 각각 50%를 넘어섰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오디오 콘텐츠의 인기는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선두주자는 2012년 탄생한 '팟빵'이다. '나는 꼼수다'로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1만개 이상의 방송이 개설돼 있다.

팟빵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유료 콘텐츠 결제 건수는 월 35만건을 넘어섰고 결제 금액은 4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7년 8월 유료 콘텐츠 결제 기능을 출시한 첫 달 대비 9배 성장한 수준이다.

네이버가 2017년 출시한 '오디오 클립' 서비스 역시 올 6월 기준 전년 대비 채널 수가 250%, 클립 수는 500% 성장했다. 앱 다운로드 수, 일 평균 재생 수 및 사용자 수도 지속적인 성장세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는 지난달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 1000만건을 돌파했다. 201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후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 국가로 진출했고 올 하반기에는 북미 시장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비디오 보다 강한 '멀티태스킹' 강점

비디오가 중심이 된 시대에 오디오 플랫폼이 떠오르는 이유는 오디오가 지닌 '멀티태스킹' 특성 때문이다. 비디오의 경우 사용자가 다른 활동을 하면서 즐기기는 어려운 콘텐츠다. 하지만 오디오 콘텐츠의 경우 사용자가 게임,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소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물론 폴더블 스마트폰, 듀얼스크린 등 디바이스의 발전이나 화면 분할 등의 기술을 통해 보완할 수는 있지만 비디오가 오디오에 비해 멀티태스킹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네이버, 아프리카TV 등 국내 IT 기업들은 오디오 플랫폼 확장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 앱에서 즐기는 오디오쇼 '나우'

네이버는 오디오 클립에 이어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나우(NOW)'를 지난달부터 서비스하는 중이다.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24시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일명 '오디오 쇼'다.

네이버 첫 화면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서비스 접근도 용이하다. 네이버 앱을 실행했을 때 하단에 보이는 날씨 오른쪽 영역의 'NOW' 로고를 터치하고, 스트리밍 중인 프로그램 중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골라 듣는 방식이다. 오디오 콘텐츠가 지닌 멀티태스킹 기능에 집중해 개발한 서비스인 만큼, 사용자들은 나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앱 서핑이나 쇼핑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나우는 네이버앱을 이용하는 모든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지만 주요 타깃층은 1020세대에 맞춰져 있다. 인기 아이돌인 하성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더보이즈를 비롯해 래퍼 박재범, 기리보이와 원조 아이돌 god의 데니안·손호영 등이 호스트를 맡아 코너를 진행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나우 콘텐츠의 경우 1020 세대가 선호하는 셀럽들이 진행을 맡은 코너가 많아 팬들의 관심이 높다"며 "1020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오디오 클립, 나우 등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포맷을 실험하면서 성장하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나우 TF에서 콘텐츠를 총괄하는 이진백 리더는 "오디오 콘텐츠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만큼 네이버 앱 이용자들이 나우를 통해 일상에서 새로운 오디오 사용 경험을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는 앞으로도 오디오와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강화에 더욱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까지 '듣는 TV' 눈독 

오디오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방송사까지 '듣는 콘텐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티팟은 뉴스와 교양, 스포츠, 드라마, 예능, 종교 콘텐츠 등 13개 방송사의 인기 TV 프로그램을 라이브와 팟캐스트 다시듣기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전용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앱과 SK텔레콤 누구 스피커,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자동차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 전용 앱과 SK텔레콤 T맵에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연말까지는 iOS 앱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수익화 어려워…아직은 '도전 과제'

다만 오디오 플랫폼 시장 성장에도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전망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AI 스피커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실제 오디오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이들은 아직도 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3년 동안 팟캐스트를 운영해 온 한 크리에이터는 "AI 스피커의 등장으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도 커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AI스피커의 수혜는 크지 않고 수익화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상 편집이라는 허들이 있는 유튜브보다 음성편집은 비교적 수월해 누구나 시작하기 쉬운 장점이 있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구축하기에는 좋은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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