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새로운 글로벌 K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등장했던 웹툰은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웹툰 이전에도 만화책과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디지털코믹스(인터넷 만화) 등이 있었지만 한국 웹툰이 새로운 콘텐츠 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웹툰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일본 웹툰 시장 점유율 1, 2위는 네이버의 '라인망가'와 카카오의 '픽코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라인망가의 일본 웹툰 시장 점유율은 57%, 픽코마는 15%다.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미코(4%)도 국내기업 NHN의 웹툰 플랫폼 서비스다. 일본 웹툰 시장은 국내 기업이 잡고 있는 셈이다.
라인망가의 2018년 매출은 2180억엔을 기록했으며 일본 라인망가의 월간사용자수(MAU)는 연평균 32%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픽코마는 지난해 4분기 첫 영업이익 흑자달성을 했고 3년 연속 거래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4월 론칭한 픽코마는 2017년 연간 거래액이 14배, 2018년 156%, 지난해 130%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한국의 웹툰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네이버웹툰의 '라인웹툰'을 비롯 '태피툰', '타파스', '레진코믹스'가 진출해있다. 라인웹툰은 미국에서 구글플레이 스토어 만화분야 수익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MAU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년간 미국 라인웹툰의 MAU는 연평균 71% 성장했다.
태피툰은 국내 인기 웹툰의 번역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타파스는 미국 최초 웹툰업체로 카카오페이지와 콘텐츠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레진코믹스는 2015년 12월 북미 서비스를 시작해 2018년 미국 지역 매출 105억원을 기록했다.
유럽 및 동남아 시장에도 한국의 웹툰 플랫폼이 자리잡고 있다. 라인웹툰은 현재 100여개국에서 구글플레이 스토어 만화부분 수익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NHN의 코미코, 레진코믹스, 타파스 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2위인 웹코믹스 운영사인 네오바자르는 카카오페이지가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서 태어난 웹툰 플랫폼
웹툰 플랫폼의 시초는 한국이다. 국내 웹툰 플랫폼이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웹툰이 등장하기 이전 만화 산업은 이미 성숙한 산업이며 단행본 만화를 디지털화한 '디지털코믹스'와 작가가 본인의 홈페이지에 비정기적으로 연재하는 '웹코믹스'의 형태도 존재했다. 하지만 네이버나 다음처럼 여러 웹툰을 한 플랫폼에 모아 사용자가 입맛에 맞게 골라 보고 출판이 아닌 인터넷 환경에 맞게 구성된 것은 한국 웹툰이 처음이다.
한국의 웹툰 시장은 2003년 다음의 '만화속세상'이 등장하면서 시작됐으며 네이버가 2004년 네이버 포털에 '웹툰' 탭을 추가하며 뛰어들었다. 엠파스, 파란, 야후 등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도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0년 이후엔 레진코믹스, 코미코, 투믹스의 '짬툰' 등이 등장했다.
해외 미디어 쿼츠(Quartz)는 "웹툰은 일본의 만화산업을 충분히 위협할만 하다"며 "한국의 소프트파위 수출 목록에 케이팝, 뷰티 제품들과 함께할 수 있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미국 콘텐츠 산업 동향'에서 웹 코믹스를 비롯한 디지털코믹스와의 웹툰 차이점에 대해 ▲페이지 분절 등과 같은 출판 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연속적인 컷 사용 ▲모바일 플랫폼으로 접근하기 쉽게 제작(화면 비율을 고려한 편집) ▲애니메이션 효과나 배경음악을 삽입할 수 있어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몰입된 경험 지원 등으로 분석했다.
20년 넘게 이어온 노하우
해외에 새로운 형태의 만화를 제공하면서 한국 웹툰 플랫폼은 20년 넘게 이어온 노하우로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웹툰 플랫폼은 초반 포털사이트의 사용자를 모으고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으나 점차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출판 시장에서의 단행본 만화와는 또다른 수익 모델이 필요했다.
네이버웹툰은 미리보기 유료 서비스 도입, 광고, IP(지적재산권) 비즈니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다. 다양한 수익 모델 덕분에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매출액(총 거래액-작가 지급) 1610억원으로 전년도 722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20년 동안 승급 시스템 도입, 요일제 웹툰 도입, 작가 육성 시스템 등을 통해 웹툰 플랫폼에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면서 서비스를 안착시켰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글로벌 1위 비결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적인 특징을 모두 네이버웹툰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며 "작가 육성 시스템과 오픈 플랫폼에 가까운 '도전작가'로 참여 시스템을 만들어 작가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고 프로패셔널 작가들이 네이버웹툰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모델도 성공적이었다. 기다리면 무료는 이용자가 특정 작품을 본 시점부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회차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빨리 보고 싶으면 유료 결제가 가능한 무료와 유료 고객을 모두 잡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픽코마는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한국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거대한 만화시장을 가진 일본에 접목해 업계의 디지털화와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면서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을 통해 검증된 'K-웹툰'이 픽코마를 통해 일본에서도 현지 작품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