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새로운 글로벌 K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등장했던 웹툰은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웹툰 이전에도 만화책과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디지털코믹스(인터넷 만화) 등이 있었지만 한국 웹툰이 새로운 콘텐츠 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웹툰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새로운 K콘텐츠인 웹툰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다. 만화 산업은 출판 만화에서 웹툰을 포함한 디지털 만화로 전환하는 시기다. 국내 IT 기업들이 발빠르게 웹툰 서비스를 시작해 전 세계 시장으로 선점해 나가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국내 웹툰 플랫폼이 글로벌 디지털 만화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 그동안 특정 팬층 위주로 성장했던 만화 산업이 웹툰을 계기로 대중화 시기를 맞을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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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H 만화 수출 2268만달러, 성장속도 빨라
웹툰 시장 규모는 아직 작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국내 총 콘텐츠 산업규모는 58조1307억원이다. 이 중 웹툰을 포함한 만화 산업의 비중은 1.05%로 6102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장속도는 가장 빠르다.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콘텐츠 산업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출판 산업이 10조5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빠른 성장세다.
만화 시장의 수출 규모는 현재 다른 산업에 비해 미미하다. 지난해 상반기 콘텐츠 산업 수출 중 게임 산업이 가장 큰 규모인 33억3032만달러를 기록한 반면 만화 산업은 2268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화 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컸다.
만화 산업의 수출 규모가 작은 것은 현재 전 세계 만화 시장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디지털 만화시장 규모는 11억7700만달러로 전망됐으며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중 인쇄 만화 산업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1% 감소하는 반면 디지털 만화 산업은 같은 기간동안 연평균 8.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만화 산업 자체는 규모가 작지만 디지털 만화는 향후 성장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다양한 IP 활용으로 해외시장 진출 모색
웹툰은 특정 팬층을 위주로 출판 시장에만 머물렀던 만화 산업이 대중문화로 자리잡기 위한 한단계 성장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많이 활용되는 전략은 다양한 IP(지적재산권) 활용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웹툰의 IP를 활용해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 중이다.
현재 전 세계 누적 조회수 45억뷰를 돌파한 네이버웹툰의 '신의탑'은 한국과 미국, 일본 3개국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으며 다음의 웹툰 '이태원클라쓰'는 드라마로 제작돼 시청률 16%를 기록했다. 또 네이버웹툰의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 등은 애니메이션으로, 다음 웹툰의 '쌍갑포차', '계약우정' 등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죄와벌'과 '신과함께-인과연'은 모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만화콘텐츠의 영화화 성공 사례는 이미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추적하는 웹사이트인 '더 넘버즈(The Numbers)'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제작된 영화 중 만화원작 영화의 박스오피스 총 매출은 152억달러를, 만화 원작 영화 한편당 평균 박스오피스 매출은 8604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소설 원작 영화 한편당 평균 박스오피스 매출은 2357만달러, 영화 원작의 편당 매출은 1420만달러로 나타났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웹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웹툰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된다. 미국에서도 미국의 특정 팬층이 즐기던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스토리는 영화로 성공하면서 관련 IP와 콘텐츠가 글로벌 대중 문화로 성장했다. 일본 만화도 만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게임 사업 등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해외서 안착하려면 현지화 중요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지화다. 특히 만화 산업은 국가마다 특징이 다르다. 일본은 만화잡지 구독자가 두터운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강하며 미국은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가 만화 산업의 80%를 차지하는 동시에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인 그래픽 노블이 성장세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영화 자체를 현지화하기 어려웠지만 자막은 물론 홍보, 마케팅, 유통 모두 현지화 노력이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기생충은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했지만 미국에서는 입소문을 기반으로 해 점차 개봉수를 넓히는 롤아웃 배급전략을 선택했다. 포스터와 홍보를 위한 주요 메시지도 국가별로 차별화했다.
이에 네이버웹툰도 현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웹툰을 그대로 영어로 번역해 출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툰 플랫폼이 현지 문화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현지 작가 고용에도 많은 힘을 쏟는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현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5~6단계 검수를 거치면서 한국콘텐츠의 현지화를 잘 하려고 한다"면서 "한국콘텐츠가 시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지 작가를 많이 활용하고 있고 해외 현지 작가들이 웹툰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을 좀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네이버웹툰은 해외에서 처음엔 한국 만화로 시작했으나 공모전 형태를 적극 활용해 현지 작가를 발굴, 현지화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일본, 미국, 동남아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시장을 형성했다"면서 "한국의 '도전만화'와 비슷한 미국 '캔바스'를 통해 6만개에 달하는 콘텐츠가 공급됐고 한국 작품의 번역본과 현지 작품의 비율도 5대5로 가까워졌으며 상위 인기 20위 작가 중 절반은 현지 작가가 차지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