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온라인PC게임 '리니지'는 22년이 된 지금도 국내 대표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게임 '리니지2M'까지 다시 한번 리니지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리니지가 오랫동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즐길거리'만 충족하는 게임이 아닌 리니지 세상 속에 사회, 문화, 경제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리니지'라는 세상이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파생이 가능했다. 비즈니스워치는 리니지를 통해 게임 IP와 게임 비즈니스 모델, 리니지 속의 경제 시스템을 분석해봤다. [편집자]
영업이익은 기업 실적에서 수익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높을수록 회사는 보다 실속 있는, 고효율의 사업 역량을 펼친다고 볼 수 있다.
게임사는 여러 기업 중에서도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업, 소프트웨어 기반의 게임 콘텐츠 개발사는 제조·유통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8.2%였고, 넥슨은 37.3%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제조·유통업의 경우 제품을 생산해 안 팔리면 재고가 남고 이는 손실로 잡히지만, 게임사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사업이 중심이기 때문에 이와는 구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하기 때문에 재고 개념이 없어, 재고를 소진해야 이익으로 이어지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온다. 투자 역시 게임 개발이 대부분인데, 이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인건비 비중이 높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인건비 규모는 5551억원으로 이는 연간 매출(1조7012억원)의 32.6%에 달한다.
하지만 모든 게임사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성패에 따라 영업이익의 등락폭이 크게 나타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게임이 흥행하면 매출도 높고 개발외 별도 투자가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업이익도 높게 나오지만, 게임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모 아니면 도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률이 회사의 규모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게임 투자에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영업이익이 꼭 높지만은 않다. 이는 국내 게임 대기업인 일명 '3N'(넥슨, 네마블, 엔씨소프트)의 실적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3N의 연간 매출규모는 1조원 후반에서 2조원 중반까지 유사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률 차이는 현저하다.
지난해 넷마블은 전년 보다 7.6% 증가한 2조1755억원의 매출액을 시현하며 3년 연속 2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7억원, 영업이익률은 9.3%로 3N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난해 넥슨과 엔씨가 각각 37.3%, 28.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도별로 봐도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20~3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온 것에 비해 넷마블은 9~2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게임산업에서도 영업이익률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그 원인은 ▲IP 보유 여부 ▲모바일 게임 비중 ▲자체 퍼블리싱 가능 여부 등이 있다.
엔씨·넷마블의 IP 인연…영업이익 갈랐다
게임업계에서는 IP(지식재산권)는 중요한 자산으로 꼽힌다. IP의 힘이 게임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일정 규모 이상의 충성 유저를 확보하기 쉽고 이는 흥행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자사만의 '슈퍼 IP'를 갖고 있는지가 영업이익률의 지표가 되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IP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리니지'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대표 IP인 리니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리니지의 인기가 떨어지면 실적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2M'를 또 한 번 성공시키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리니지 IP를 빌려주고 받는 로열티 수익도 엔씨소프트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로열티 수익은 1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다소 줄었지만, 연간 매출 비중의 11.6%를 차지한다. 지난 2018년에는 로열티로만 전체 매출의 약 16%에 달하는 2820억원을 벌었다. 이중 대부분이 넷마블을 통해 걷어들인 수익이다. 넷마블이 3N 중 영업이익률이 다소 낮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넷마블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은 모두 엔씨소프트의 IP를 빌려 만든 게임이다.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이와 달리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뿐 아니라 타사의 게임이 잘 되도 돈을 끌어모으는 셈이다. 특히 IP는 빌려주기만 해도 돈이 되기 때문에 로열티는 대부분 수익으로 반영돼 영업이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앱 마켓 입점 필수인 모바일 게임, '높은 수수료'
모바일 게임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플랫폼사에 전체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앱 마켓에 입점하는 비용이다. 게임에서 나오는 매출이 1조원이라면 3000억원 이상을 떼어줘야 하는 셈이다.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높으면 수수료의 비중이 높아져 수익률은 떨어진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PC게임을 주력으로 하는데다 모바일게임 역시 자체 IP 비중이 높아 수수료 지출이 적은 편이다.
엔씨소프트는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이 다소 늘어나면서 구글과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모바일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998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9% 수준이었다.
넷마블의 경우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리니지2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의 경우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엔씨소프트에 지급하는 로열티와 플랫폼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신작을 출시해 매출이 늘어도 경쟁사 대비 크게 이익을 늘리기 힘들다.
자체 유통 능력 없으면 이익률 뚝
퍼블리싱 능력 여부도 이익률에 영향을 준다. 특히 퍼블리싱, 즉 자체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할 능력이 없는 중소 게임사들은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유통해야 한다. 이 경우 게임 개발을 위해 들인 노력에 못 미치는 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좋은 게임을 개발해도 퍼블리셔와 수익을 나눠야 한다면 이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펄어비스는 초창기 게임 서비스 인력이 없어 지난 2014년부터 '검은사막' PC게임에 대한 퍼블리싱을 카카오게임즈에 맡겼다. 하지만 대만에서 처음 자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퍼블리싱 노하우를 획득, 지난해 자체 퍼블리싱으로 전환했다. 지난 2018년 2월 선보인 '검은사막 모바일'은 펄어비스가 처음부터 외부 퍼블리싱 없이 자체 출시했다. 게임 개발사에서 시작해 종합게임사로 발돋움한 것이다.
검은사막이라는 자체 IP를 활용해 스스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펄어비스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다소 변동이 심하게 나타나지만, 최근 2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5%에 달한다.
선데이토즈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선데이토즈는 2010년대 초반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애니팡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카카오톡 플랫폼은 구글, 애플과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디즈니팝을 시작으로 카카오톡에서 독립을 선언했지만 기존에 출시한 12개 게임은 계속 카카오톡 플랫폼을 유지해 수수료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위베어 베어스 더퍼즐'과 '디즈니팝' 등 유명 IP에 대한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선데이토즈 연간 매출은 8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68.1% 급락했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10%에서 2019년 3.2%로 줄었다.
게임업계 수익모델 변천사
이같이 사업 구조에 따라 영업이익률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게임업계 높은 영업이익률의 근본에는 합리적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노력이 자리한다. 게임산업은 시장 변화에 발맞춘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변모해왔다.
과거 게임사들은 게임을 패키지로 판매했다. 게임사에서 게임을 개발하면 유통사에서 이를 실물 박스 패키지로 출시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후 인터넷망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게임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 게임으로 변화하자, 게임사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했다. CD라는 저장매체를 사용해 게임을 유통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게임사들은 게임 이용을 위해 일정 금액을 매달 납부하는 월정액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월정액 방식의 경우 돈을 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MMORPG와 같이 헤비 유저가 많은 게임에서는 유용했지만, 캐주얼 게임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캐주얼 게임 중심으로 부분 유료화 모델이 등장했다.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되 게임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은 유료로 판매해 여기서 수익을 얻는 것이다.
캐주얼 게임의 부분 유료화 전략은 MMOPRG에도 확대됐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해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MMORPG를 운영하는 게임사들에게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기존 정액제 기반 PC 온라인 게임의 부분 유료화로 전환했다.
부분 유료화 전략은 게임 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면서 더 활기를 띄게 됐지만, 게임사들은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또 다른 수익모델을 고안해냈다. 바로 '확률형 아이템'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지불한 금액과 상관없이 특정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무작위로 얻을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이 '랜덤박스'에는 희귀아이템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아이템을 구매한다.
기업에게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됐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희귀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낮춰 유저들의 과금을 유도, 과도한 소비를 유발하니 사실상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최근 등장한 수익 모델이 '배틀패스'다. 배틀패스는 특정 기간 동안 게임 플레이를 통해 진척도를 올려 각종 아이템과 게임 화폐 등을 얻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확률을 따지지 않아도 게임을 한 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 확보가 쉽고 과금을 할 경우 무료 보상보다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해 게임사의 수익도 보장한다.
현재 배틀패스는 FPS(일인칭슈팅) 게임이나 배틀로얄 장르에 주로 도입돼 있다. 대표적인 게임이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다. 포트나이트는 2018년 배틀패스 도입 후 하루 최대 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이같은 수익모델이 MMORPG 장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배틀패스 역시 기존 수익 모델과 같이 과금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게 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MMORPG의 경우 캐릭터가 성장하는 형태인데, 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고 유저마다 선호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라 배틀패스처럼 일정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다소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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