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온라인PC게임 '리니지'는 22년이 된 지금도 국내 대표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게임 '리니지2M'까지 다시 한번 리니지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리니지가 오랫동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즐길거리'만 충족하는 게임이 아닌 리니지 세상 속에 사회, 문화, 경제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리니지'라는 세상이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파생이 가능했다. 비즈니스워치는 리니지를 통해 게임 IP와 게임 비즈니스 모델, 리니지 속의 경제 시스템을 분석해봤다. [편집자]
지난 총4편의 기사에서 살펴봤듯 '리니지'는 22년이란 세월을 어루만지며 실제 삶과 다를 바 없는 생태계를 더욱 다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우리 삶, 특히 경제적 측면과 닮은 지점들을 재미있게 해석해보기로 했습니다. 경제 관련 개념들은 경제학원론인 '맨큐의 경제학'을 참고했습니다.
희소성
희소성은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의 유한성을 뜻하는데요. 실제로 원한다고 다 가질 수 없습니다. 또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경쟁과 같은 활동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이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리니지에 널린 아이템과 같은 재화도 나름 유한하기 때문에(엔씨소프트가 더 찍어내면 되긴 하지만) 사용자 사이에서 경쟁이 생기고, 그 결과에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겠죠. 언제든지 원하는대로 다 가질 수 있다면 재미있을까요. 그래서 리니지에도 희소성이 기본적으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레벨업의 끝이 있는 '만렙' 시스템과 그런 제한이 없는 것도 희소성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렙이 존재할 경우 이를 달성한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 늘어나고 그 가치가 줄어드는 반면, 레벨업의 제한이 없다면 그 정점이란 희소성을 향한 경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니지 시리즈도 만렙의 개념이 없습니다.
기회비용
기회비용은 무엇을 얻기 위해 포기한 다른 어떤 것을 말하죠. 일상생활에서도 참 많이 쓰는 말입니다. "야, 너가 지금 남친이랑 헤어졌다고 울고만 있을 때냐? 기회비용을 생각해봐!" 리니지를 즐길 때도 마찬가지겠죠. 리니지 자체가 기회비용일 수 있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고자 할 때는 시간과 돈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텐데요. 이때 시간과 돈은 서로의 기회비용인 셈입니다. 돈을 써서 원하는 아이템을 당장 얻는 것과 노가다로 시간을 투입해 얻는 것 사이의 차이를 빠르게 계산해야겠죠. 설마 그렇다고 지금 계산하고 계신 건 아니죠?
한계적 변화
한계적 변화는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이나 현재의 계획을 조금씩 바꾸어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행동에서 작은 변화를 뜻하는 것인데요. '현질'을 해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 때 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노가다로 전환하는 것이나 그것의 반대 상황이 한계적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실패
시장실패는 시장이 자유롭게 기능하도록 맡겨뒀는데,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뒀더니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달성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때는 정부가 개입해야겠죠. 리니지도 보이지 않는 손에 게임 생태계를 맡겨두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시장실패가 발생한다면 개입에 나설 겁니다.
외부효과
외부효과는 한 사람의 행위가 제3자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공장에서 매연이 발생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리니지에 '막피'(특별한 이유 없이 아무 캐릭터나 죽이고 돌아다니는 사용자), 오토(자동사냥 프로그램 이용자)가 넘쳐나는 등 외부효과가 관리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게임의 재미가 줄어들겠죠.
시장 지배력
시장 지배력은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 시장가격에 대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른바 독과점 기업들이 그런 예로 꼽힐 수 있겠죠. 리니지에서도 특정 혈맹이 특정 서버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시장 지배력의 남용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생산성
생산성은 한 사람이 한시간 동안 일해서 만들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수량을 뜻한다는데요. 한명의 리니지 사용자가 한시간 동안 노가다해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양도 생산성이 될 수 있겠죠? 그게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짜 생산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정말 흔히 쓰이는 말이죠. 이는 물가 수준의 전반적인 상승 현상을 뜻합니다. 너무 과한 인플레이션은 상당한 부담과 충격을 주지만, 물가가 조금씩 오르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리니지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아이템 가격이 조금씩은 올라야 할 맛이 나지 않을까요. 그러나 너무 급격하게 오르거나 반대로 급격히 내려간다면 분노도 인플레이션 되겠죠.
절대우위
생산성이 높은 생산자를 절대우위에 있다고 말하는데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리니지 자체가 삶인 사람은 리니지를 재미로 하는 사람 대비 절대우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남는 시간에 취미로 게임을 하는데, 엄청 잘하는 분도 있겠죠.
비교우위
기회비용이 낮은 생산자가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다른 재화를 덜 포기해야 하는 생산자가 더 포기해야 하는 생산자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죠. 이를 리니지에 적용하면 하루 10시간은 꼭 자고, 10시간은 꼭 일해야 하는 리니지 사용자는 4시간만 리니지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6시간만 자도 되거나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사정이 다르겠죠?
경쟁시장
경쟁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매우 많아서 개별 소비자나 판매자가 시장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장을 말합니다. 현재 하루 평균 20만명 이상이 플레이한다는 리니지2M도 경쟁시장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많은 수요를 뚫고 아이템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는 꽤 어렵겠죠. 이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수요가 추가적 가치와 수요를 만드는 겁니다. 이론적으로 리니지를 즐기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리니지의 가치와 수요가 더욱 상승할 수 있는 셈이죠.
수요의 법칙
수요의 법칙은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이론인데요. 리니지 아이템도 그럴까요? 더 비싸져도 사겠다는 사람이 여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말이죠. 그 아이템이 희소하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정상재
정상재는 다른 조건이 바뀌지 않을 때 소득이 증감하면 수요도 증감하는 재화를 말하는데요. 월급이 10만원 올랐을 때 커피를 더 사먹으면 커피가 정상재인 셈입니다. 월급이 10만원 오르면 리니지 아이템을 더 살까요? 궁금합니다.
열등재
열등재는 다른 조건이 바뀌지 않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를 말합니다. 월급이 10만원 올랐을 때 오히려 커피 소비를 줄인다면, 커피는 열등재인 것이죠. 월급이 10만원 올랐을 때 여러분은 리니지 아이템 소비를 줄이고 밖으로 나가나요? 궁금합니다.
대체재와 보완재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할 때 다른 재화의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 두 재화의 관계를 대체재라고 하고,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다른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 보완재 관계라고 합니다. 다양한 아이템 사이에 이러한 관계가 성립할 수 있겠죠. 더 나아가 리니지와 다른 게임과의 관계도 대체재와 보완재 관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탄력성
탄력성은 수요량이나 공급량이 그 결정 변수의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특정 아이템의 수요량이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그 재화의 수요는 탄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셈이죠.
필수품과 사치품
필수품에 대한 수요는 비탄력적인 반면, 사치품에 대한 수요는 탄력적이라고 합니다. 리니지에서 즐기는 장신구가 사치품으로 여겨질 경우 가격에 따른 수요가 탄력적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팔찌나 귀걸이 같은 장신구도 방어력 향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사 필수품' 같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리니지 자체는 필수품인가요, 사치품인가요?
이밖에도 더욱 다양한 개념으로 리니지를 풀어볼 수 있을텐데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추가로 연구해서 다음 기회에 더욱 흥미로운 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즐겜'하세요.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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