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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 바이블]①기업·근로자 입장서 효율 따져볼 기회 생겨

  • 2020.03.09(월) 16:30

코로나19 이전 원격근무 비율 고작 8.5%…최근 급증세
유연근무제 틀 속에서 재택 등 근무형태 다양성 살펴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자 재택·원격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직장인들은 한 사무실에 모여 근무하던 방식에서 갑작스럽게 재택·원격근무 생활을 맞이했다. 회의는 물론 소통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하며 근무형태도 제각각이다. 기존에 원격근무를 도입하지 않았던 기업들은 메신저부터 화상회의 솔루션을 새롭게 설치하는 등 분주하지만 이미 원격근무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한결 여유롭다. 향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엔 이번 재택·원격근무 실험이 보편적 근무형태 중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따라 원격근무 현황과 이를 위한 환경,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관련 솔루션이나 정보가 주목받고 있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는 2017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제도다. 육아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을 줄이고 근로자들도 '워라밸(워크라이프밸런스)'을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IT 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재택 및 원격 근무는 시행돼왔다. 

기업 100곳 중 8곳만 원격근무 시행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재택근무제와 이동근무제를 포함한 원격근무제의 국내 기업 도입률은 8.5%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원격근무제 도입률 4.1%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기업규모별로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직원수가 300인 이상인 기업과 10~29인 기업은 도입률이 각각 8.9%, 5~9인 기업은 8.8%, 30~99인 기업은 8.6%로 집계됐으며 100~299인 기업이 6.7%로 가장 낮았다.

원격근무제와 함께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무제, 재량근무제 등을 모두 포함한 유연근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사업체는 24.4%였다. 대부분의 기업이 원격근무제나 재택근무제 등의 근로장소의 유연성을 두기보다는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등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두는 편을 택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확대

그동안 기업들은 원격근무제에 다소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원격근무제 도입이 늘어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지원절차를 간소화한 이후 지난 5일까지 426개 사업장, 6241명의 근로자가 관련 지원을 신청했다. 이는 올해 1월1일부터 2월24일까지 243개 사업장, 1719명의 근로자가 신청했던 것에 비해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재택근무가 60.8%(3792명), 시차출퇴근이 34.9%(2178명), 선택근무가 3.7%(229명), 원격근무가 0.7%(42명)로 나타났다. 특히 재택근무가 전년도 전체 재택근무 신청인원 317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유연근무제 확대 지원하는 정부

고용노동부는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유연한 근무 제도를 확산하기 위해 2017년부터 유연근무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시차출퇴근제, 재택·원격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도입·운영하는 중소기업에는 근로자당 연 최대 520만원(피보험자수의 30% 한도, 최대 70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재택 및 원격 근무 도입에 필요한 시스템과 설비·장비 비용을 지원하는 '원격근무 인프라 구축 지원(최대 2000만원)'을 신설했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생활 균형과 함께 생산성 향상도 가능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출산 및 육아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 경력단절하는 인재를 줄일 수 있으며 원격근무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시간 활용성도 높아진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체 노동인구의 42%인 약 930만명이 '시간 빈곤' 상태다. 시간 빈곤은 일주일 168시간 중 개인 관리와 가사 보육 등 가계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한 남은 시간이 주당 근로시간보다 적을 경우, 일에 쫓겨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오는 현상이다.

   ※ 시간 빈곤(Time Poor) : 168시간 - (근무+출·퇴근+보육+가사) = 개인돌봄 시간 < 97   

재택·원격근무 도입 기업

하나투어는 2011년부터 스마트워킹의 일환으로 재택·거점근무 및 유연근무를 실시했다. ▲출근 시간을 오전 8~10시 사이에 조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은 234명 ▲재택근무는 142명 ▲거주지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거점근무는 545명 ▲영업직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현장 거래처로 바로 출근하는 스마트세일즈는 302명이 활용했다. 이를 통해 이직률은 2011년 9.3%에서 2015년 5.8%로 낮아졌으며 여성비율은 2011년 50.9%에서 2015년 55.5%로 늘어났다.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미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온라인 스터디를 제공하는 '스터디파이'는 전 직원이 원격근무 중이다. 100% 원격근무라고 해서 직원들의 오프라인 만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도시는 월 1회(회식 겸 미팅), 국가는 분기 1회(1박2일 워크숍), 전 세계는 6개월 1회(약 2주간 같이 모여서 근무) 만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사내 미팅이나 회식비는 제약 없이 지원한다. 

채용사이트 원티드에서 '#재택근무'를 검색하면 약 80곳의 기업이 검색된다. 기업마다 운영방식은 다르지만 주1회나 월 10회 등 재택근무 일정을 조율하거나 유연근무제를 적용한다.

재택·원격근무를 회사의 복지 혜택 중 하나로 꼽는 직장인들도 많지만 단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직장인 고모(41)씨는 "출퇴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좋지만 근무를 하지 않고 딴짓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노트북 앞을 벗어날 수 없어 갑갑하다"면서 "직원들과 커피 한잔 하는 여유가 그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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