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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줍]게임이 PC를 만났을 때

  • 2020.06.26(금) 09:11

이번 주 당신이 바빠서 흘린 이슈, 줍줍이 주워 드려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얼마 전 게임 개발사 너티독의 신작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발매됐어요. 2013년에 1편이 출시된 후 무려 7년 만에 후속작이 나오자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1편은 좀비로 가득 찬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어린 소녀 ‘엘리’와 함께 온갖 역경에 맞서는 남자 ‘조엘’의 이야기를 다뤄 그 해 최고의 게임으로 평가받은 바 있어요.

발매 당일 게임 매장 앞에는 게이머들이 길게 줄 섰고, 이번 작품의 흥행은 예상대로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요. 출시 3일 만에 중고 게임 CD 매물이 쏟아져 나왔고, 몇몇 게이머는 게임 CD를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했죠. 대체 뭐가 이들을 화나게 만든 걸까요?

좀비 세계에 웬 무지개 깃발이;;

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속편의 스토리가 전편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1편 주인공 조엘 대신 ‘애비’라는 새 여성 주인공이 등장했는데, 이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 흐름이 작위적이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팬들의 의견이에요.

개발사 너티독이 게임 스토리보단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여성·장애인·유색인종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편견과 차별을 지양하는 사회운동)' 요소를 삽입하는 데 열중했다는 지적도 많아요.

이야기 전개와 무관하게 여성 주인공 '엘리'의 동성애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좀비가 창궐한 지 수십 년이 지나 폐허가 된 도시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표식이 여기저기 보여 게임 몰입을 방해한다는 거죠.

한편에선 'PC충(정치적 올바름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멸칭)'이 명작을 망쳤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어요. 이와 관련해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전편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들을 모욕하고 깔보고 조종하며 설교한다. 요컨대 교조적이다"라는 게임 감상평을 남겨 팬들의 공감을 샀죠.

계속되는 게임계 PC 논란

게임업계에 불거진 PC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캐릭터 ‘바루스’의 설정을 ‘적군에게 아내와 자녀를 잃고 복수를 다짐한 궁수’에서 ‘두 남자 동성 연인의 영혼이 괴물과 뒤섞인 존재’로 변경해 팬들의 비판을 받은 적 있어요.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역시 게임 캐릭터 ‘솔저 76’이 사실은 동성애자였단 설정을 갑자기 발표해 팬들의 반발에 부딪혔고요.

게임 개발사 EA의 제2차 세계대전 배경 전쟁 게임 ‘배틀필드 V’도 PC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대표 사례예요. 전쟁터에 흑인 병사와 여군이 등장한 점이 지적받았는데요. 흑인 병사와 여군의 등장 자체는 참전 자체는 역사적 근거가 있는 묘사이지만, 게임에서 등장한 이들의 모습은 최전방에서 한 손에 의수를 달고 종횡무진 활약하거나, 일본도를 든 여고생 사무라이였던 게 문제였죠. 게다가 게임 개발자 패트릭 쇠더룬드는 게임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교육받지 못한(uneducated) 사람들이라 그렇다”는 글을 남겨 논란에 기름을 부었어요.

일단 게임부터 잘 만들자

게임에 PC 요소를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욕을 먹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게임성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찬사를 받은 사례도 있죠. 게임 개발사 락스타 게임즈의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1899년 미국, 서부 무법 시대의 황혼기를 배경으로 한 게임인데요.

등장인물 '세이디 애들러'는 갱단에게 집과 남편을 모두 잃었지만, 당차게 살 것을 다짐하고 주인공이 속한 갱단의 정식 전투원이 되죠. 남편의 복수를 마친 뒤에는 다른 사람의 가족을 지키겠다는 삶의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요.

세이디 애들러는 성 역할의 고정 관념을 깨는 동시에, 여성이 연약하고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강인하게 살아나갈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면서 PC 요소를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레드 데드 리뎀션 2에는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는 여성주의 운동가 캐릭터도 등장하는데요. 실제로 미국에선 1890년대부터 여성 참정권 운동이 일어났고, 1920년에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시대 고증과 PC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킨 셈이죠.

PC 논란이 있었던 사례를 보면 대부분 기존 인기 프랜차이즈 또는 캐릭터에 무리하게 PC 설정을 넣어 발생한 문제가 많아요. 앞으로는 차별과 편견도 없고, 게임성도 뛰어난 게임이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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