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으로 이용 기간이 종료되는 이동통신 주파수를 기존 통신사에게 재할당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할당 대가 산정'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신규든 재할당이든 상관없이 과거 경매가 기준으로 대가를 산정해야 옳다는 학계 전문가의 주장이 나온 가운데 통신사들은 신규와 재할당의 본질이 서로 다른 만큼 재할당 금액을 기존 보다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재할당도 경매에 준해 시장가치로 산정해야"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는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학자 및 통신사 관계자 등을 모인 가운데 '디지털 뉴딜 시대의 주파수 이용제도와 법적 쟁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비록 재할당은 경매를 하지 않지만 경매를 하는 경우에 준해 시장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경매는 할당대가를 시장가격으로 산정하는 최선의 방법인 점에서 해당 주파수에 대한 과거 경매가가 있다면 그 기준으로 할당대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파수 재할당에 따른 이용대가 산정에 있어 현행 방식인 최초 경매가와 연동대로라면 이통사는 총 3조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통사는 재할당 대가를 '실제 매출액 기준'으로 산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통사들은 과거 경매가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수익성 악화를 불러 일으키고 5G 신규 투자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송 교수는 "할당대가는 신규든 재할당이든 불문하고 '특별부담금'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재할당에 따른 할당대가의 산정방식이 신규할당에 따른 방식과 달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경매에 의하지 않는 경우라면 신규든 재할당이든 불문하고 과거 경매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어떤 할당이 이전 할당에 비해 또는 어느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비해 좀더 유리하거나 불리한 경우가 있겠으나 주파수라는 공물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결과라는 점에서 당국은 공익을 위해 구체적으로 제시해 사업자의 자발적 협조를 유도해야 한다"라며 "사업자도 중장기적 안목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통신사 "과도한 경제적 가치 산정해선 안돼"
패널로 참석한 통신사 관계자들은 재할당과 신규할당의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른 만큼 과도하게 경제적 가치를 산정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순용 KT 상무는 "정부가 재할당 여부를 결정해도 최종 판단의 몫은 사업자"라며 "사업자가 원하지 않으면 신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실상 재할당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지는 이 대목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할당과 신규할당이 설령 다르다 해도 신규할당도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라며 "과거 경매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법의 취지에 맞지 않고 경제학 관점에서도 어긋나기 때문에 재할당은 예상매출과 대역폭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상무 역시 "재할당과 신규할당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의 45%를 주파수 할당대가로 납부하고 있는데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할당 대가는 과거 신규할당 당시 대가 수준보다 낮아야 한다며 '통신사 매출의 3%'가 적당하다고 제시했다.
SK텔레콤측은 재할당 대가 산정이 정부 재량이 필요한 행정행위인 만큼 달라진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갈수록 사업자들이 트래픽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라며 "코로나 사태에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통신 환경이 달라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학계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반 및 전파정책자문회의 논의를 거친 결과, 주파수 광대역화 등 대역정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자원관리 효율성을 고려해 재할당을 최종 결정했다.
현행 주파수 할당 대가 산정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SK텔레콤은 9696억원, KT 9096억원, LG유플러스 9696억원 등 총 3조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현실성을 고려해 오는 11월 말까지 관련 세부 정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이통사가 재할당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적정 이용기간과 대가를 검토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