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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과감한 사업 재편, 탈통신 '드라이브'

  • 2020.12.07(월) 14:46

SK텔링크, B2B사업 일체 브로드밴드에 넘겨
KTH-KT엠하우스 합병 '커머스 사업 시너지'
선택과 집중 차원서 '떼고 합치기' 본격화

통신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통신사들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중복되는 사업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잘하는 분야만 남기고 나머지를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떼어낸 사업은 비슷한 사업을 하는 또 다른 계열사에 몰아줘 힘을 모으고 있다. 사업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교통정리가 이어지고 있다. 

◇ SK텔링크, 기업용 통신 사업 SK브로드밴드에 넘겨

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국제전화와 알뜰폰 서비스를 하는 SK텔링크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B2B(기업용) 사업 일체를 또 다른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에 양도키로 했다. B2B 사업을 접는 대신 기존 사업들에 역량을 집중하고 위성통신 분야에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SK텔링크는 국제전화 '00700'과 알뜰폰 'SK 7mobile'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신 서비스 등 3개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 대상 서비스는 대표번호(기업의 모든 사업장을 '1599'나 '1800' 등 하나의 번호로 관리)와 발신전용전화(공중 전화망이 아닌 음성전용회선을 이용해 교환기와 연동), 인터넷전화(기업의 구내 전화교환기를 인터넷 기반으로 제공) 등으로 이뤄진다. 

SK텔링크는 이러한 B2B 사업을 계열 관계이자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에 넘기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주력인 인터넷TV(IPTV)와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서비스를 비롯해 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한 기업전용회선 서비스를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기업용 통신 사업을 합치는 것이다. 

SK텔링크는 올 5월 디바이스 국내 사업부문을 SK그룹의 계열사이자 휴대폰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SK네트웍스에 양도하는가 하면 2018년에는 보유 중인 보안 자회사 엔에스오케이(NSOK)의 지분을 보안 계열사인 ADT캡스에 떼어주기도 했다. 전략적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조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 더 과감하고 신속한 사업 결정을 내리는 체계로 지배구조를 바꾸기도 했다. 기존 SK텔레콤이 보유한 SK텔링크 지분 85.86% 외 잔여 지분을 거둬들여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고 모회사와 자회사가 마치 한몸처럼 빠르고 신속한 사업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SK텔링크는 이번 B2B 사업 정리를 통해 얻은 현금으로 위성통신 등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선박회사 등을 대상으로 차세대 GX(Global Xpress)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선 통신을 넘어 종합 ICT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SK텔레콤의 크고 작은 사업 재편은 숨돌릴 틈 없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최대 승차공유 업체 우버 및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탈통신' 행보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일 SK그룹의 2021년 임원인사에서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게 됐다. SK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 사장이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부회장직을 맡게 된 것인데, 내부적으로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 KTH, 모바일쿠폰 계열사 KT엠하우스 흡수합병

전통적 내수 산업인 통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미래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탈통신을 내걸고 있는 KT도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KT의 콘텐츠 유통·전자상거래 계열사 KTH(케이티하이텔)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모바일쿠폰 서비스 계열사 KT엠하우스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KTH와 KT엠하우스의 합병비율은 약 1대 13.3으로, 당국의 기업결합심사와 내년 5월경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2021년 7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양방향 TV홈쇼핑 서비스, 이른바 'T커머스'를 하고 있는 KTH와 모바일 쿠폰에 강점을 가진 KT엠하우스의 커머스 역량이 결합되어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T커머스란 TV커머스의 줄임말로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다. TV리모콘으로 원하는 상품을 찾아 제품 정보를 보고 구매 및 결제까지 한번에 할 수 있다.

KT엠하우스는 모바일 쿠폰 시장의 초기 사업자다. 모바일 쿠폰 '기프티쇼'의 판매금액은 올해 5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모바일 쿠폰 B2B 시장 1위 기업이다.

KTH와 KT엠하우스 합병으로 출범할 통합법인은 양사가 보유한 ICT 인프라 및 기술역량, 솔루션 을 기반으로 차별화한 통합 커머스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KT그룹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역량을 통해 유통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번 합병 발표는 올 3월 구현모 KT 대표이사 취임 이후 나온 첫 그룹사 계열 재편이기도 하다. 커머스 사업 교통정리를 시작으로 계열 재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 10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올해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고객 삶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네이버, 카카오와 달리 KT는 통신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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