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과거 KT하이텔, 파란 등 새로운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지만 이들 서비스는 경쟁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관점의 변화였습니다. KT알파는 주어진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겠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겠습니다. 최초보다는 최고를 추구하며 매 순간 도전할 것입니다."
정기호 KT알파 신임 대표는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열린 KT알파 출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KT알파는 B2B(기업간거래)와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시장을 아우르는 'B2B2C 통합 커머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취급고 5조원, 기업가치 2조원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커머스 영역 허문다
KTH와 KT엠하우스의 합병 법인 KT알파가 다음달 1일 출범한다. T커머스·온라인 시장에 강점이 있는 KTH와 기프티쇼 등 모바일 쿠폰 사업을 진행중인 KT엠하우스 사이의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한 '독자 영역' 형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정 대표는 "KT와 KT엠하우스가 각각 B2C, B2B 시장에서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커머스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점에서는 합병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양사의 기존 경험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커머스를 연결하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KT알파의 핵심 전략은 '커머스 영역 허물기'다. 고객 맞춤형 커머스 서비스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전개할 계획이다. △모바일·TV 동시 라이브커머스 △커머스·광고 데이터 결합을 통한 D2C(소비자 직접 거래) 커머스 △셀러와 고객을 잇는 커머스 솔루션 플랫폼 시장 진출 등이 주요 추진사항이다.
실제로 KT알파는 최근 TV·모바일 앱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홈쇼핑 화면 배너를 클릭하면 라이브커머스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등 타 플랫폼에서도 방송을 송출할 예정이다. 이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전략이다. KT알파는 어디서든 편리하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인지도 및 영향력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활용 신사업 적극 추진
커머스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도 추진한다. KT알파는 국내 최다 유튜브 광고를 집행한 바 있는 나스미디어, 검색광고 인프라를 보유한 플레이디의 광고 사업에 커머스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머스·광고·마케팅 간 결합을 통해 더욱 정교한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시할 계획이다.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과 프리미엄 셀렉숍 '우선샵' 등을 통해 D2C(소비자 직접 거래)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이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바른', 데일리 힐링케어브랜드 '편백네' 등 다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나스미디어도 신규 브랜드 론칭에 주력한다. 이들 자체브랜드를 KT알파 플랫폼에서 유통해 KT알파에 고객을 '록인(Lock-in)'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B2B시장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B2B 커머스 플랫폼 시장의 규모는 41조원 수준이었다. 연평균 성장률도 16%에 달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플랫폼 구축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KT알파는 자체 플랫폼의 고객 구매 데이터 및 운영 노하우를 상품화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B2C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B2B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며 "ICT기업인 KT는 데이터 경쟁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여기에 KTH·KT엠하우스의 경험과 역량을 총동원해 KT알파를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시너지 내 '독자 영역' 확보
KT알파의 전략은 '경쟁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리하게 규모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전문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신세계·쿠팡 등이 합종연횡을 펼치며 주도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의 출혈 경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와의 직접 경쟁보다 데이터 기반 'B2B2C 플랫폼'이라는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정 대표는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직접 경쟁에 나서기에는 무리가 있다. 배송을 예로 들면 업계 선두 업체들이 이미 높은 수준의 고도화를 이루고 있어 투자하기에 부담이 크다"면서 "M&A(인수합병)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전략은 고려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플랫폼들처럼 출혈 경쟁에 나설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그룹 전체 사업과의 협업을 도모한다. KT그룹은 현재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미디어·금융·로봇·헬스·커머스·부동산 등이 8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되고 있다. 이들 중 미디어·금융·헬스 등 분야가 커머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니뮤직·시즌 등과의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협업 △KT멤버십의 커머스 활용도 제고 △자체결제 시스템 구축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꼽혔다.
정 대표는 "콘텐츠·멤버십·결제 등의 분야는 장기적으로 커머스와 결합해 운영할 필요성이 있고 또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며 "그룹 사업과의 시너지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고객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적극 대응해 최고의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