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최대 승차공유 업체 우버로부터 투자 유치를 통해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키로 한 SK텔레콤이 이번엔 '유통 공룡' 아마존과 손을 잡고 쇼핑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 및 쉴틈 없는 '떼내고 합치기'의 연장선이자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e커머스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다.
무선 통신을 중심으로 성장한 SK텔레콤이 종합 IC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이른바 '탈통신' 행보에 가속이 붙는 것은 물론 비대면 소비 증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커머스 사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최대 3000억 CPS 투자유치 논의중
1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아마존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으나 최대 3000억 규모 전환우선주(CPS) 투자를 받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e커머스 계열사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직구(직접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11번가의 IPO(기업공개) 등 향후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아마존에 신주인수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의 지분참여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SK텔레콤과의 협업으로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이르면 내년부터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직구로 주문하는게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11번가가 아마존의 인기 상품을 국내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 주문을 받으면 즉각 배송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실현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기존 직구의 문제점인 느린 배송이나 복잡한 환불절차, 언어 문제 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핵심 사업 키우기 위해 쉼없는 외부 협업
앞서 SK텔레콤은 세계최대 승차공유 업체 우버로부터 총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725억원)의 투자 유치 및 사업 제휴 체결을 통해 모빌리티를 핵심 사업으로 키운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주력인 이동통신 외에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로 사업을 재편하며 4대 핵심 사업으로 꾸려 가고 있었는데 우버와 제휴를 계기로 모빌리티를 신성장 동력으로 추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 및 크고 작은 사업재편이 동시에 추진됐다. 보안은 ADT캡스 인수 및 SK그룹의 보안 계열사들 재편이 함께 이뤄졌으며 미디어는 케이블TV업체 티브로드 인수 및 계열사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이 병행됐다.
커머스 사업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이라 눈길을 끈다. 2년 전 11번가를 분사해 이 회사를 중심으로 쉼없는 계열 재편을 추진하다 아마존과 손을 잡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SK텔레콤이 지난달 모빌리티 사업 분사 및 우버 투자를 받을 때에도 11번가에 대한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11번가는 2018년 9월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으로부터 인적분할 방식으로 떨어져 나온 곳이다. 당시 SK텔레콤은 11번가를 '한국형 아마존'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사업 부분을 떼어내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 등으로부터 총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에도 유통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SK플래닛으로부터 신선식품 배송 자회사 헬로네이처의 지분을 11번가에 매각하는 등 몇차례 사업 재편과 지분 교환 과정을 거쳤다. 현재 11번가의 최대주주는 지분 80.26%를 보유한 SK텔레콤이다.
◇ 코로나로 비대면 거래 확대, 커머스 상승세
SK텔레콤이 커머스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관련 시장의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작년말 기준 135조원으로 전년(113조원)에 비해 20조원 이상 확대됐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5% 이상으로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11번가는 G마켓과 옥션의 양강체제로 고착된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음에도 마케팅 등에 힘입어 지난해 기준 월평균 1700만의 순방문자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들어선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소비 증가로 거래액이 확대되면서 관련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비상장사인 11번가는 별도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나 올 3분기 SK텔레콤의 커머스 사업 매출은 206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4배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11번가가 아마존과의 서비스 협업으로 경쟁사들보다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할지가 관심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월 9900원을 내면 온라인동영상 '웨이브'와 음악 플랫폼 '플로', 전자책 서비스 '원스토어 북스'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해 무료 이용하는 '올프라임' 멤버십을 선보였으나 여태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아마존이 프리미엄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을 서비스하고 있어 양사의 협업을 계기로 SK텔레콤 미디어 자회사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덤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 관련 딜이 성사될 경우, 11번가의 가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2021년 하반기 예정된 원스토어 IPO까지 복합되면서 SK텔레콤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