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혁신 아이콘 테크기업, 성공 도취하면 망가져"

  • 2021.09.14(화) 16:13

위정현 중앙대 교수 인터뷰①
'블소2 사태' 근원, 리니지M 성공 경험
보수화 경계, 과거 日 반면교사 삼아야

테크 기업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기존 '올드(Old)'한 기업과 다르다는 측면에서 대안으로 여겨졌으나 이용자 편의를 무시한 정책이나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대놓고 요금을 올리는 배짱 영업 등이 공분을 사면서 한순간에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를 둘러싼 이용자 반발도 심상치 않다. 이미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넥슨과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는 올해 초 '과도한 과금을 유도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이용자 불매 운동 등 전례 없는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동안 잠잠하다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를 계기로 엔씨소프트에 대한 불만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혁신의 아이콘 테크 기업이 어쩌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을까.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가지며 논문 발표와 집필 활동을 꾸준히 해온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자기 성공에 도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사진=위정현 교수 제공

14일 위 교수는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어느 순간 자기 성공 경험에 사로잡혀 망가지기 시작한다"라며 "엔씨소프트가 그 타이밍에 왔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리니지M과 2M은 모바일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다른 한편으로 엄청난 폐해를 줬다"며 "회사가 한번 성공하면 그 기준에 맞춰지는데 엔씨소프트 역시 이 기준에 모든 걸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게임 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이자 게임 업계와 활발히 소통하며 필요할 때마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학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도쿄대에서 경제학연구과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로서 한국게임학회 회장과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 등을 맡고 있다. 

위 교수는 기업들의 등장부터 무너지는 것까지를 연구하는 것이 자신의 전공 분야라고 소개했다. 기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병들고 죽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테크 기업들은 엄청난 성공에 취해 혁신을 잃고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보수화하면 금세 망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여객 운송을 책임지고 있고 엄청난 역사를 가진 대한항공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불과한데 카카오그룹 상장사의 전체 시총은 100조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어느 순간에 가면 자기 성공 경험에 사로잡혀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엔씨소프트가 그 타이밍에 와있다"라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로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 교수에 따르면 한때 리니지2M은 하루 최고 150억~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흥행 대박을 친 게임이다. 이러한 기대 이상의 성공은 엄청난 재무 성적을 거두게 해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독약처럼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위 교수는 "한번 성공한 제품이 나오면 모든 것을 그 기준에 맞추게 된다"라며 "엔씨 또한 모든 매출 기준을 리니지M, 2M 두 게임에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이 안 들어간 상태에서 월정액 패스 등을 도입하면 매출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도 아무 말 못하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가장 우려스러운 건 한국 게임이 가지고 있는 보수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빨리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사들이 신규 지적재산권(IP)을 만들지 않고 기존 IP를 재활용하는 것을 비롯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내부가 관료화되는 것도 보수화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1990년대 일본 게임산업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라며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일본은 온라인 게임시장을 한국에 빼앗기는데 우리에게도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해결책 될까

위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등 국내 게임업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해외 진출을 언급했다. 국내 게임시장의 경우 규모가 작다. 때문에 매출 극대화를 위해 성공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 기준 세계 시장에서의 국내 게임시장 비중은 6.2% 정도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진출 확대를 추진해왔다. 실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나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위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도 약하게 넣으면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머니게임으로 확률을 강하게 넣고 청소년도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버리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매출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IP로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에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시장에 맞는 IP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이번에 리니지W를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엔씨가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공격적으로 가줘야 하는데 그건 리니지 IP로 가면 안된다"며 "리니지 IP를 가지고 개발하는 건 돌고 돌아 결국 국내 유저다. 미국이나 적어도 유럽 시장을 가려면 그들에 맞는 신규 IP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참고할 수 있는 성공 사례로 '원신'을 언급했다. 중국 미호요가 개발한 원신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지난 한 해 101억3000만위안(약 1조8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위 교수는 "원신은 서양에서 착각할 정도로 전체적인 그래픽이나 아트를 일본풍으로 만들어냈다. 일본 문화 또는 일본 게임들이 닦아 놓은 길을 중국 업체가 위장하고 들어간 것인데 미국에서 구글 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는 건 엄청난 것"이라며 "이렇게 차별화된 전략을 취해야 하는데 엔씨가 과연 그런 모험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모델(BM)도 다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즈니스모델이라고 하는 건 유저가 내느냐 아니면 제3자가 내느냐 딱 두가지밖에 없다"며 "매출이 좀 떨어지더라도 패스 제도나 광고 모델 등으로 결제 방식을 다원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naver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많이 본 뉴스 최근 2주 한달

산업·부동산 경제·증권 디지털·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