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가 경기 불황 속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프로젝트 종료를 선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환배치, 권고사직 등 고용 불안에 놓인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인력 70여명을 대상으로 사내 전환배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유니버스를 SM 계열사 '디어유'에 양도하고, 오는 17일까지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단 직원이 재배치 프로그램 대신 이직이나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 최대 6개월치의 급여를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엔씨 외에도 최근 다수 게임사가 게임·비게임을 가리지 않고 사업 중단에 나섰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인력을 감축하기도 했다. 엔트리브소프트는 '트릭스터M', '프로야구H3'를 개발 및 서비스하는 회사다. 지난해 최소한의 서비스 인력만 남기고 인력을 내보내는 형태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최근 데브시스터즈는 팬 플랫폼 '마이 쿠키런'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4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전환배치하기로 했다. 현재 구성원을 대상으로 절차를 안내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들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슈퍼피플' 개발사이자 원더홀딩스의 자회사인 원더피플은 종무식에서 아예 폐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원더피플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희망퇴직을 진행한 상황이다. 희망퇴직 인원은 대부분 원더홀딩스의 또다른 자회사인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 등으로 전환배치됐다.
잇따른 프로젝트 종료로 노사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일례로 데브시스터즈의 경우 갑작스럽게 프로젝트를 종료하면서 '당일 해고' 논란을 빚었고, 엔씨소프트도 권고사직을 제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데브시스터즈와 엔씨 모두 전환배치일 뿐이라며 해명했다.
게임업계에서 프로젝트 종료는 많은 경우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다. 개발을 맡은 자회사를 통째로 폐업하는 방식으로 해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나마 대형 게임사는 권고사직 대신 전환 배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기발령을 위한 조직이 내부에 신설되어 있다. 그러나 마땅한 프로젝트나 팀을 찾지 못하면 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커리어와 동떨어진 업무를 맡게 되면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다.
배수찬 넥슨 노조지회장은 "전환배치가 곧 권고사직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인력 이상의 정원(T/O)이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40명이 완전히 전환배치되려면 80~90개에 달하는 정원이 필요하고, 넥슨에서도 전환배치를 할 때는 인원의 2배 이상 정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는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충분한 시간과 소통을 통해 이직할 수 있게 시간을 줬어야 한다"면서 "게임업계에서 프로젝트를 중단한다는 건 곧 나가라는 이야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