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김동훈 기자] 서울에서 차량으로 2시간 정도 달리면 치악산 국립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2시간 더 가면 설악산 국립공원. 푸르고 푸른 삼림만 상상했다간 오산이다. 코로나19 이후 캠핑(아영) 인구 급증으로 쓰레기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작년 5월 설악산 한 곳에서 발생한 쓰레기만 5.51톤에 달한다. 올 5월도 5.3톤 수준. 쓰레기는 하루 평균 146kg 정도 배출돼 1년이면 53.4톤에 이른다.
쓰레기가 주로 나오는 곳은 야영장이다. 캠핑객들이 쓰레기를 쏟아내는 것이다. 시야를 설악산 밖으로 넓히면 캠핑 쓰레기는 훨씬 많다. 국립공원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운영하는 야영장만 2000개소 수준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2021년 전국 캠핑 인구만 500만명. 이들은 연평균 5.5회 캠핑을 떠나 쓰레기를 버린다.
쓰레기가 나오는 이유는 일회용품 이용 탓이 크다. 작년 7월 국립공원공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립공원 야영객은 한 명당 일회용품 4개를 사용했다고 한다. 친환경 프로젝트 '해피해빗'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런 지점에 주목했다. 국립공원공단과 함께 치악산, 설악산에서 일회용품 없이도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다회용품 이용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를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므로 다회용기 활용을 통한 환경보호 활동에 의미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해피해빗 프로젝트는 2021년 7월부터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스타벅스·파리바게뜨 등 주요 브랜드의 커피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컵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장례식장에선 다회용기 관련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약 2년 가까이 진행된 다회용컵 사업으로 올 5월 현재까지 일회용컵 950만개 사용을 절감했다.
기자는 지난 1일 치악산 구룡 야영장을 찾아 국립공원 다회용기 이용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서비스는 인터넷(국립공원예약시스템)을 통해 다회용기 사용을 예약한 뒤 국립공원 야영장 현장에서 용품을 수령하면 된다. 다회용기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그릇과 접시, 수저, 다회용컵 등으로 구성됐다. 캠핑 인원에 맞춰 2 ·4인용으로 신청 가능하다.
이용료는 2인 기준 5500원, 4인용은 9900원인데 이달은 무료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5000~9000원을 받아도 수익성이 거의 없으나, 환경보호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무료 제공을 검토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국립공원공단은 이번 프로그램을 지난해 11월부터 치악산에서 파일럿 오픈했고, 지난 5월부터 설악산에도 적용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구룡 야영장은 현재 68동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휴의 경우 예약률이 90%에 달한다"며 "이들 대상으로 다회용기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매우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캠핑 과정 가운데 가장 귀찮은 일에 속하는 설거지를 하지 않고 환경보호에도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다회용기는 이용을 마친 뒤 설거지를 하지 않고 반납하면 된다. 다회용기는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한 사회적 기업 '행복커넥트'(이준호 이사장)가 수거해 전문 세척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용기점검→분류→불림→애벌세척→고압세척→헹굼→고온건조→UV살균→오염도 측정→전수검수→위생포장 등 11단계에 달하는 세척·살균 공정을 거쳐 재사용된다는 설명이다. 개인 설거지보다 대량 설거지 자체가 환경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는 오는 10월 말까지 진행한 뒤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국립공원 야영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환경보호 취지가 널리 알려져 지자체 민간이 운영하는 야영장에도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