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혁신형 신약·개량신약 원료 개발 및 제조기술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개발 업무를 지원해 저조한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신성장·원천기술을 선정해 일반적인 연구개발비 지출 지원을 상회하는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혁신형 신약·개량신약 원료 개발 및 제조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은 R&D(연구개발) 비용의 경우 기존 2~25%에서 20~30%, 시설투자는 1~10%에서 3~12%로 확대된다. 해당 세제지원은 올해 1월 1일 지출분부터 적용된다.
정부가 신약개발 관련 조세혜택을 늘린 이유는 저조한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1년 기준 24.4%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쓰이는 원료의약품 10개 중 8개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저조한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코로나19 당시 국가 보건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해열진통제로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전국적으로 품귀현상을 빚은 것 외에도 의료현장에서 항생제, 마취제, 항응고제 등의 필수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다.
우리나라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이후 재빨리 대책을 강구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신약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EU는 지난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의약품법 제정을 추진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에 시행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을 활성화하고 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우리 정부가 해외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한 것으로 제약바이오산업계를 대표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