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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vs RPT, 차세대 항암제는 누구

  • 2024.02.07(수) 07:30

美 J&J. 전립선암 ADC 개발기업 인수
노바티스 RPT 치료제 '플루빅토' 위협

차세대 항암제 타이틀을 두고 ADC(항체 약물 접합체)와 RPT(방사성 리간드 치료제)가 맞붙을 전망이다. 격전지는 전립선암 치료시장이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J&J(존슨앤드존슨)가 ADC 전문업체를 인수해 RPT가 주름 잡고 있던 말기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다. 

ADC는 암세포 표적 항체에 페이로드(저분자화합물)를 링커로 붙인 형태의 치료제다.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약효가 세고,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RPT는 암세포 표적 리간드(수용체 특이 결합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링커로 붙인 의약품으로, ADC와 같은 원리로 약효가 세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달 J&J는 ADC 전문업체 암브릭스 바이오파마를 약 20억달러(2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립선암 파이프라인 'ARX517'을 확보했다. ARX517은 전립선세포 표면에만 존재하는 PSMA(전립선특이막항원)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에 세포독성물질을 붙인 ADC 치료제다.

J&J가 거액을 들여 암브릭스를 사들인 이유는 ARX517이 임상에서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1·2상에서 ARX517 2.0mg을 처방받은 환자 14명 중 7명은 PSA(전립선특이항원)가 50%, 5명은 90% 이상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PSA는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주요 종양지표다.

ARX517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겪은 부작용은 대부분 구강건조, 안조건조증 등 경미한 1, 2등급 수준으로 보고됐다. 의약품의 부작용은 경중에 따라 △1등급 경증 △2등급 중등도 △3등급 중증 △4등급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 등으로 나뉜다.

현재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은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RPT 치료제 '플루빅토(성분명 루테튬 비피보타이드 테트라세탄)'가 잡고 있다. 지난해 플루빅토의 매출액은 9억8000만달러(1조3000억원)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플루빅토는 PSMA 표적 리간드에 치료 목적으로 주로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Lu-177)을 링커로 붙인 치료제다. 항체보다 작은 리간드가 암세포를 뚫고 내부로 들어가면 루테튬-177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플루빅토는 지난 임상 3상에서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며 RPT 치료제의 새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플루빅토와 전립선암 표준치료제를 함께 투여받은 환자들은 표준치료제 단독투여군보다 전체 생존기간(OS)이 15.3개월, 최초 치료 후 암이 재발하기까지 걸린 시간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8.7개월로, 각각 4개월과 5.3개월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PSA의 경우 플루빅토와 표준치료법을 함께 투여받은 환자 중 46%가 50% 이상, 33%가 80% 이상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플루빅토는 임상에서 뛰어난 약효를 보였으나 부작용이 덜한 측면에서는 ARX517에 밀렸다. 플루빅토와 표준치료법을 받은 환자 중 3, 4등급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 비율은 52%,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부작용이 발생한 비율은 2%로 보고됐다. 전체 환자 중 12%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또한 플루빅토는 ADC와 달리 방사성 동위원소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의약품 제조 과정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플루빅토에 들어가는 루테튬-177의 반감기(성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는 6.7일로, 약효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일 내 원료를 조달해 의약품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별도 시설을 갖춰야 한다.

반감기가 짧다는 점은 RPT의 상업화 측면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는 약물이 체내에 오래 머물며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라이릴리 등 국내외 제약사들이 ARX517과 플루빅토 외에도 전립선암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ADC와 RPT를 개발하면서 차세대 항암제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두 약물 사이의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전립선암 ADC를 개발하는 곳은 없다. 전립선암 타깃 RPT를 개발 중인 기업은 퓨쳐캠이 유일하며 최근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시장조사기관 퓨처앤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립선암 치료시장은 지난해 109억2000만달러(14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8.5% 성장해 2033년 247억달러(32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ADC와 달리 RPT 치료제의 적응증이 아직까지 제한적인 이유는 암세포 표적 리간드를 찾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암세포 표적 리간드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향후 RPT와 ADC가 경쟁하는 영역도 넓어지면서 국내 신약 개발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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