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김동훈 기자] 지난 21일 오전 7시부터 서울에서 광주광역시를 향해 버스로 3시간30분가량 달렸다. 광주 첨단3지구에 도착하자 '인공지능(AI)중심산업융합집적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 구름 같이 생긴 건물 하나도 위용을 드러낸다. '국가 AI 데이터센터'다. 글로벌 상위권 수준 초고사양 컴퓨팅 자원을 도입한 국가전략 데이터센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NHN클라우드가 이곳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운영 사업자를 맡았다.
국가AI데이터센터는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에 AI 연구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컴퓨팅 연산능력 88.5페타플롭스(PF), 저장 용량 107페타바이트(PB) 규모의 인프라를 갖췄다. 88.5PF는 일반 업무용 노트북 약 50만대 규모의 연산처리량을 1초만에 수행 가능한 수준이다. 107PB는 1테라바이트(TB) 하드디스크 10만7000개에 해당한다. 엄청난 규모의 컴퓨터가 가동되는 셈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귀마개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기계들이 뿜어내는 소리가 요란하고 외투가 나부낄 정도로 바람이 쌩쌩 불었다. 이곳에서 만난 윤용수 NHN클라우드 이사는 "괴물같이 엄청난 놈들"이라며 "집에서 컴퓨터를 가동하면 열기가 나오고 팬에서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곳의 컴퓨팅 자원들은 천천히 그리고 훨씬 많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NHN클라우드는 국가AI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주요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GPU 'H100' 1000개 이상을 비롯한 엔비디아 기반 77.3PF, 그래프코어 기반 11.2PF, 사피온 기반 11PF까지 총 99.5PF에 달하는 AI GPU(그래픽처리장치) 팜을 구축했다.
특히 국가AI데이터센터는 NHN클라우드가 판교 데이터센터를 10년 이상 운영하며 얻은 경험이 녹아있다. 고밀도전력, 효율적 소비 전력 설비를 구축한 것이다. 초고성능 GPU의 무중단 운영을 위해 전력 공급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고, '서버 랙'당 전력밀도 15킬로와트(kw)를 도입해 GPU 서버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평균 전력밀도와 비교해 3배 높은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연 바람을 이용한 기기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고, 건물내부도 공기 흐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에너지 절감 노력을 기울였다. 또 고성능 AI가속기를 제공해 짧은 시간 내 방대한 데이터의 딥러닝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AI 연구 개발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마련했다. 이용자가 AI 서비스 및 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개발도구와 데이터 수집, 가공,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레이크도 통합 지원한다.
이밖에 UPS(무정전전원장치)·배터리 예비장비, 화재 자동감지·소화 시설, 리히터 규모 7.0에 대응하는 내진 설계, 낙뢰 방지 시스템 등을 갖췄다.
이날 NHN클라우드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AX(AI Transformation·AI 전환) 패러다임을 이끌겠다는 내용의 'NHN클라우드 2.0 전략'도 발표했다. LLM(Large language model·대규모 언어 모델) 등 초고성능 AI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AI 인프라 중심의 청사진이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오픈스택 기술로 완성한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남들보다 먼저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공공·금융·게임 영역을 아우르는 버티컬 서비스 역량과 오픈스택 기반의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중심 초고성능 인프라 서비스를 융합하는 것이 2.0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1일로 출범 2주년을 맞이하는 NHN클라우드는 공공 시장과 금융을 비롯한 민간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현재 200여개 클라우드 서비스와 320여개의 마켓플레이스 상품을 5700여개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공부문 행정망 연동, 온나라 시스템 구현 등 클라우드 기술을 최초로 공공영역에 활용하는 사업을 수행했으며, 지난해 공공에서 진행된 네이티브 전환 사업 총 6개 중 4개 사업을 수주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시작하고 규제·규정 준수를 갖춘 '금융 랜딩존'을 출시했다. 민간시장에선 프라이빗 클라우드 사업을 다수 확보 등 성과를 거뒀다. 다만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에 대해 김 대표는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했는데 공공사업 지연 탓에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NHN클라우드는 국내 최대 수준의 '멀티 AI GPU 팜'을 기반으로 AX 패러다임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탄탄한 물리 기반에 더해 네이버클라우드, 솔트룩스 등 다양한 AI 기술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어 AI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풀스택 AI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가AI데이터센터와 멀티AI GPU팜 등 강력한 인프라 역량과 자체 제공 중인 AI 플랫폼 'AI 이지메이커(AI EasyMaker)' 등 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고객이 쉽게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국가AI데이터센터는 NHN클라우드 2.0 전략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개소 후 11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해 현재 470여곳의 기업·기관이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NHN클라우드는 개발부터 운영, 서비스 제공까지 AI 인프라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며 "강력한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2.0시대에 적극 대응해 AI 인프라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선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사업 본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